빼앗긴 조국, 그날 함성…"우라 코레아" 고려인 만세운동

기사등록 2026/03/01 15:49:44

고려인마을, 3·1절 107주년 기념식

조상의 땅에서 만세운동을 재현해

"지켜낸 나라 기억하고 이어갈 것"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107주년 3·1만세운동 기념일인 1일 오후 광주 광산구 고려인마을에서 3·1만세운동 기념 재현행사가 열리고 있다. 2026.03.01.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우라 코레아(대한민국 만세)!"

3·1운동 107주년인 1일 오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 거리. 낡은 벽돌담과 키릴 문자가 적힌 간판 사이로 3·1 만세운동과 3·17 연해주 만세운동 거리행진 재현을 위한 크고 작은 태극기가 바람에 나부꼈다.

평소에는 아이들이 뛰놀고 주민들이 장을 보러 오가는 거리지만 이날 만큼은 항일 독립운동의 무대가 됐다.

검정색 저고리와 두루마기를 여민 고려인 동포들과 주민, 학생들이 태극기를 쥐고 골목을 가득 메우면서 고려인마을 좁은 골목이 100여 년 전 연해주의 거리로 되돌아갔다.

고려인문화관을 거쳐 다모아어린이공원으로 향하는 만세 운동 행렬이 만들어지자 일본 순사로 분장한 주민들이 나타나 행렬과 대치했다. 모형 총을 앞세우고 행렬을 막아서는 순사들에 맞서면서 주민들의 만세 물결은 더욱 거세졌다.

사회자의 선창에 맞춰 울려 퍼진 만세 삼창은 단순한 구호를 넘어 조국을 떠나 연해주로 건너가야 했던 선조들의 설움과 독립에 대한 열망을 소환하는 의식을 방불케 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107주년 3·1만세운동 기념일인 1일 오후 광주 광산구 고려인마을에서 3·1만세운동 기념 재현행사가 열리고 있다. 2026.03.01. leeyj2578@newsis.com

고려인마을은 1일 오후 광주 광산구 월곡동에서 3·1 만세 운동 107주년 기념 행사와 연해주 고려인 만세 운동 103주년 기념 행사를 열었다.

'빼앗긴 조국, 그날의 함성'을 주제로 열린 행사는 박병규 광산구청장과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 이천영 고려인마을 목사와 마을 주민 등 내외빈 500여 명이 참석했다.

기념식은 국내 항일 투쟁인 3·1운동 107주년과 해외 동포들이 주축이 돼 펼쳐진 러시아 연해주 만세 운동 103주년을 기리는 취지로 열렸다. 월곡고려인문화관에서 출발하는 만세 운동 재현 거리행진을 시작으로 홍범도공원에서의 기념공원, 국민의례, 독립선언서 낭독, 기념사 순으로 진행됐다.

기념식에 참석한 내·외빈과 마을 주민들은 거리행진 과정에서 "대한민국 만세, 우라 코레아" 등을 외치면서 100여 년 전 항일운동 당시의 분위기를 되살렸다.

특히 고려인마을에서의 만세 운동 재현은 해외에서 펼쳐졌던 동포들의 항일 운동을 기리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해외 항일 투쟁 거점 도시였던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 내 신한촌에서는 1919년 3월17일 최초의 만세 운동이 전개됐다. 동포들은 국내에서 펼쳐진 만세 운동처럼 거리로 나서 행진하며 대한독립을 부르짖었다.

이에 일본군은 연해주 만세 운동을 기점으로 독립운동가와 한인 동포들에 대한 탄압 수위를 올렸다.

일본군은 이듬해인 1920년 4월3일 신한촌을 습격하고 한인 지도자 300여 명을 수장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다. 동포들을 한글학교에 가두고 불을 지르는 등 학살을 서슴치 않았다. 일본군의 만행 탓에 신한촌에서는 1922년까지 3·1운동을 재연하거나 기릴 수 없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107주년 3·1만세운동 기념일인 1일 오후 광주 광산구 고려인마을에서 107주년 3·1절 및 연해주 고려인 만세운동 103주년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2026.03.01. leeyj2578@newsis.com
연해주에서 3·1운동을 기릴 수 있게 된 것은 1922년 10월 독립군과 러시아 혁명군이 일본군 토벌 작전을 성공리에 마치면서부터다. 동포들은 일본군이 연해주에서 완전히 물러난 것을 확인, 이듬해부터 다시 3·1운동을 기렸다.

조국 독립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뭉쳤던 동포들은 1937년 스탈린의 탄압으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돼 뿔뿔이 흩어져 오늘날 후손 고려인들로 이어졌다.

행사에 참여한 고려인들은 조상들의 만세운동을 기억하고 이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주민 박실바(70·여)씨는 "오래전 일본의 탄압 아래에서 고생한 조상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미어진다"며 "동포들이 한국에 모여 함께 만세를 외칠 수 있게 돼 감사하면서도 벅차다"고 말했다.

시인 김블라디미르(70)씨도 "107년 전 조상의 땅에서 울려퍼진 만세를 기리고자 시를 써서 발표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세대가 겪은 조국 탄압의 아픔을 이해하고자 하는 심정이었다"며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한 절박함이 아니라 지켜낸 나라를 기억하고 이어가겠다는 다짐으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고자 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leeyj2578@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