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공동 입법 토론회…핵심 쟁점 두고 우려 잇따라
"지분제한, KRX 사유화 막으려 도입…시장 구조 달라"
"스테이블코인, 은행 지배하에선 글로벌 효과 놓칠 것"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정부가 추진 중인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을 두고 전문가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대주주에 대한 지분 제한과 같은 강력한 소유 규제가 시장 건전성 제고라는 순기능으로 작용하기보다 사유재산권을 침해하고 국가경쟁력과 혁신을 저해하는 '갈라파고스 규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방향 점검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자산법 입법안의 핵심 쟁점을 두고 전문가들의 강도 높은 지적이 쏟아졌다.
◆"전통 금융과 구조 근본적으로 달라…기계적 규제 적용 안 돼"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시장의 구조적 차이를 간과한 입법의 맹점을 짚었다.
정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상 거래소에 대한 지분 제한 규제는 거래소 통합과 주식회사 전환 과정에서 독점성과 영리성이 결합해 발생할 수 있는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면서 "가상자산 시장의 경우 시장 구조 자체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증권 시장은 금융투자업 허가를 받아 거래소 '회원'으로 등록된 금융투자회사(증권사)들에 한해서만 거래가 가능하기에, 거래소의 사유화를 방지하기 위한 특정 회원의 지분 규제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법은 한국거래소(KRX) 각 회원사가 5% 이상을 초과해 지분을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중개인 없이 이용자가 직접 접속해 거래가 이뤄지는 가상자산 시장의 특성을 감안하면, '회원' 개념조차 없는 곳에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순기능도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공적인 성격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고, 독과점 우려가 있다 해도 이는 시장에 경쟁 요소를 도입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이 같은 규제는 국내에서 새로운 사업 영역에 대한 도전적인 혁신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부정적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최승재 세종대 교수 역시 법적 관점에서 시장의 자생적 특성을 무시한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의 위헌성을 지적했다.
최 교수는 "최근의 거래소 오지급 사태는 내부통제의 전형적인 문제일 뿐, 대주주 지분 제한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가상자산 거래소는 민간의 창의와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자생한 기술 기업인데, 공공성만을 앞세워 사유재산의 핵심인 경영권을 박탈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헌법 제23조는 국가안전, 공공복리 등에 한정해 국가가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만,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지분 규제는 이 같은 사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국가가 최소한의 범위에서 행사해야 하는 제한을 넘어서기에 과잉금지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최 교수는 "주식의 강제 처분은 자산의 형태를 주식에서 현금으로 바꾸는 것을 넘어, 지배주주가 가진 '경영권 프리미엄'이란 실질적 재산 가치를 국가가 아무런 보상 없이 소멸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은행 51% 룰'도 도마…"소유 아닌 '신뢰'로 전환해야"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은행 지분 50%+1주를 요구하는 이른바 '51% 룰' 역시 개방형 시장 특성에 역행한다는 비판 속에 도마 위에 올랐다.
이종섭 서울대 교수는 "은행 중심의 지배구조는 당국의 감독·집행 편의성은 높여주겠지만, 정작 스테이블코인 위기의 본질인 정보 비대칭이나 유동성 불일치 같은 '뱅크런' 리스크를 직접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일축했다.
그는 "우리가 바라보는 디지털 금융은 국경을 넘나드는 개방형 체계로의 패러다임 전환인데, 폐쇄성을 선호하는 은행 중심의 지배 구조에서는 글로벌 네트워크 효과를 놓치게 된다"며 "중앙은행이나 전통 금융권의 보호막에 기대는 방식은 오히려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심화시켜 위험을 초래하는 역설적 현상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 교수는 "소유권 기반 규제에서 벗어나 투명성과 유동성 규제 등 기술 기반의 '신뢰 인프라 규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그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따른 담보 예치금을 지방은행에 분산 예치해 지역 경제 활성화의 무기로 삼자는 대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 교수는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스테이블코인 예치금이 지방은행으로 들어가면 은행의 대출 여력이 크게 늘어난다"며 "이를 바탕으로 전라권의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등 자본이 필요한 지역 기업에 여신을, 동남권에는 공장 자동화를 위한 자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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