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개입 없는 '킬러 AI' 현실로?…美국방부-앤스로픽, '치킨게임'

기사등록 2026/02/26 10:58:52
[워싱턴=AP/뉴시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 도착하고 있다. 2026.01.06.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미 국방부(펜타곤)가 AI 기업인 '앤스로픽(Anthropic)'을 공급망 리스크 기업으로 지정하기 위한 실무 행정 절차에 전격 돌입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펜타곤은 보잉과 룩히드마틴 등 주요 방위산업체를 대상으로 앤스로픽의 AI 모델 '클로드(Claude)'에 대한 의존도 및 노출 현황 전수 조사를 시작했다. 이는 그간 중국 화웨이 등 적대국 기업에나 적용하던 공급망 배제 조치를 자국 전략 기술 기업에 투입하려는 전례 없는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실태 조사는 단순한 엄포를 넘어 행정적 제재를 위한 실무 절차에 공식 착수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펜타곤이 방산업체들에 구체적인 의존도 분석 자료를 요구한 것은 앤스로픽 퇴출 시 발생할 수 있는 타격과 대체 가능성을 파악해 법적 제재 근거를 확보하려는 구체적인 포석으로 분석된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AI의 군사적 활용 한계를 둘러싼 가치관의 충돌이다. 클로드는 현재 미군 기밀 시스템 내에서 구동되는 유일한 AI 모델로, 최근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체포 작전 등 실전에서 뛰어난 성능을 입증했다. 그러나 앤스로픽은 자사 기술이 대규모 감시나 인간의 개입 없는 자율 살상 무기 개발에 쓰이는 것을 윤리적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반면 펜타곤은 작전의 효율성을 위해 "모든 합법적 용도"에 AI를 제한 없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서울=뉴시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 (사진=앤트로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지난 24일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와의 면담에서 27일 오후까지 국방부의 조건을 전면 수용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낸 상태다. 헤그세스 장관은 협상 결렬 시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동원해 강제로 모델을 개조하거나, 공급망 리스크 기업으로 공식 지정해 방산 생태계에서 고립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앤스로픽의 완강한 태도 속에 일론 머스크의 'xAI'는 펜타곤의 무제한 활용 조건을 수용하며 최근 기밀 시스템 진입 계약을 체결했다. 구글과 오픈AI 역시 기밀 시스템 도입을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클로드의 기술력이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펜타곤이 구글의 '제미나이' 등을 강력한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어 앤스로픽이 27일 시한 내에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미 국방 기술 공급망에서 배제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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