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단체 앨범 외면…카톡·인스타에 디지털 추억
전문 스냅 촬영 대세…촬영 시기·구성도 '내 맘대로'
[서울=뉴시스]김수빈 인턴 기자 = "졸업 앨범 안 만들었다"
지난 25일 졸업한 경희대 19학번 김모(26·남)씨는 졸업 앨범 대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남겼다. "중·고등학생 때만큼의 동문 간 유대감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학교에서 대여한 졸업 가운을 입고 학교 상징인 사자상에 앉아 '셀프 사진'을 찍었다.
김씨는 "어차피 동기마다 졸업 시기가 제각각이다. 인턴, 자격증 등 취업 준비로 졸업을 미루는 분위기도 있다"며 "나도 1년 휴학하고 인턴을 했다"고 말했다.
같은 학과 동기들의 얼굴이 빼곡하게 실린 '졸업 앨범'은 이제 옛말이 되고 있다.
수년간 연세대·고려대 졸업 앨범 제작을 맡아온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하면 신청자가 뚜렷하게 줄었다"며 "올해 연세대는 2000명대, 고려대는 1000명보다 적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올해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연세대 학부생 2839명, 고려대 학부생 3885명이 졸업했는데, 고려대는 졸업 앨범 신청률이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일부 대학은 졸업 앨범 제작을 아예 중단했다.
건국대 졸업준비위원회는 "최근 몇 년간 졸업 앨범 추진 비용에 비해 신청 인원이 너무 적어 올해부터 졸업 앨범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며 "대신 외부 스튜디오와 제휴해 개인 프로필 촬영을 할인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졸업 사진 문화는 자연스러운 동작과 표정을 담는 '스냅 촬영'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고화질 보정본을 받기 위해 수십만원을 내고 전문 사진가를 부르거나, 친구에게 촬영을 부탁하기도 한다.
졸업생들은 앨범의 '형식'보다 개인의 '취향'을 중시한다고 말한다.
건국대 21학번 이모(25·여)씨는 "정해진 구성의 졸업 앨범에 얽매이기보다 원하는 사람과 함께 내 방식대로 추억을 남기고 싶었다"며 "요즘은 두꺼운 앨범보다 카카오톡 프로필, 인스타그램 피드 등 디지털 공간에서 사진을 보는 만큼 스냅 사진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전문 스냅 촬영은 10만~20만원대로, 평균 7만~10만원대인 졸업 앨범보다 비싸다. 그러나 이씨는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했다"고 했다.
촬영 시기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이씨는 올해 2월 졸업했지만 지난해 가을 단풍을 배경으로 미리 사진을 찍었다.
중앙대 21학번 이모(24·여)씨도 "주변에서 졸업 앨범 찍는 동기를 거의 보지 못했다"며 "12장 촬영에 12만원에 헤어·메이크업 약 10만원, 의상 약 7만원 등 총 30만원 가까이 들었지만 취향대로 찍을 수 있어 만족한다"고 밝혔다.
이경률 중앙대 사진학과 교수는 이러한 변화가 '사회의 개인화'와 '사진의 위상'과 연관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가 개인화되면서 동문 간 유대감이 옅어졌다"며 "졸업 앨범을 제작하거나 단체복을 맞춰 입는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사진이 찍기 힘들었던 과거와 달리, 기술의 발전에 따라 촬영 기기가 신체의 일부처럼 익숙해지면서 사진의 위상이 변화한 것도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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