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주식 분석회사 시트리니 리서치 보고서
"소프트웨어, 결제사, 사모펀드 사업에 악영향"
"상품 가격 하락, 일자리 축소로 경제도 타격"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 주식 분석 회사 시트리니 리서치(Citrini Research)가 지난 23일 발표한 인공지능이 미국 경제에 미칠 가상 시나리오 보고서가 소프트웨어 기업과 경제 중개 및 핀테크 회사, 사모펀드 등의 주식을 급락하게 만들었다.
소프트웨어 회사인 서브스나우의 주가는 5.4%,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각각 3.8%, 4.2%, 도어대시는 6% 하락했고 세계 최대 사모 펀드인 블랙스톤의 주가도 4.5% 내렸다.
시장 변동성을 나타내는 공포 지수(VIX)도 하루새 12% 급등했다.
다음은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한 시트리니 리서치 보고서 주요 내용.
보고서는 미래(2028년 6월)에서 온 가상의 거시 경제 메모 형식으로 작성됐다.
저자들은 보고서가 예측은 아니라고 경고했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인공지능이 소프트웨어 가격 전쟁 촉발
보고서는 인공지능의 프로그래밍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한때 수천 명의 프로그래머가 작성하던 제품이나 기능이 몇 시간 만에 만들어지는 세상을 상상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과 계약을 손쉽게 갱신하면서 가격을 올려온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새로운 경쟁과 가격 압박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고객들이 인공지능으로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며 가격 인하를 요구하거나 무명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유명 소프트웨어를 쉽게 복제함으로써 차별화 요소를 쉽게 지워버릴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소프트웨어 기업의 수익이 빠르게 줄어들면 사모펀드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사모펀드 회사들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매출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며 차입 매수를 해왔다.
시트리니 보고서는 일부 대형 비상장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2027년까지 채무 불이행을 시작할 것이라고 썼다.
◆결제 기업과 기타 중개인 타격
보고서는 컴퓨터를 조작하고, 계정에 로그인하며, 기업이나 개인을 대신해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인공지능 대행자(AI agents)가 다양한 산업에 거대한 격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썼다.
복잡한 서비스를 수행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을 기반으로 구축된 온갖 종류의 사업이 갑자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 같은 결제 처리 기업들이 사례로 거론된다. 인공지능 대행자가 갑자기 유사한 서비스를 저렴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된다면, 수수료를 받는 대가로 가맹점 은행과 소비자 은행을 연결하여 거래를 용이하게 하는 카드사들의 사업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모든 상품의 가격을 낮춘다
인간을 대신해 쇼핑하도록 훈련된 인공지능 대행자들은 소비자 지출을 변화시키고 상인들에게 가격을 대폭 인하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보고서는 “인간은 단백질 바 한 상자를 사기 전에 5개의 경쟁 플랫폼에서 가격을 비교할 시간이 정말 없지만, 기계는 있다”고 썼다.
보고서는 어떤 물건이든 최저가를 찾기가 훨씬 쉬워지면서 브랜드 인지도와 고객의 쇼핑 습관에 의존해 온 상인들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무직 노동의 파멸적 순환
보고서는 인공지능 덕분에 창출되는 새 일자리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사라진 일자리에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격 압박을 느끼는 기업들이 이익 마진을 유지하기 위해 직원을 감축하고 대신 인공지능 역량에 투자하면서 인공지능 역량이 갈수록 강화되고 이는 다시 노동자를 줄이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고연봉 분야에 집중되던 대규모 해고가 경제 전반에 파급된다.
육체노동과 임시직 경제(gig-economy) 노동 시장은 영향을 덜 받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무직 노동자들이 이 시장에 유입되면서 노동 공급이 증가함에 따라 임금이 폭락한다. 이는 다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미 경제를 침체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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