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정위 조사방해' HD현대重 임직원 무죄 취지 파기

기사등록 2026/02/24 12:00:00 최종수정 2026/02/24 12:44:24

1심 무죄→2심 유죄 임원·팀장 파기·환송

1·2심 무죄 선고됐던 다른 팀장 무죄 확정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이 보이고 있다. 2026.02.24.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대법원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증거를 인멸했다는 혐의를 받던 HD현대중공업 임직원들에 대해 2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고 심리를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최근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기소된 HD현대중공업 상무보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 보냈다.

A씨는 앞서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으나 2심에서 일부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으나, 대법은 2심이 유죄로 본 대목을 모두 무죄 취지로 봤다.

A씨 지시로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 이 회사 팀장 B씨의 2심 유죄 판단도 무죄 취지로 파기했다. B씨는 1심에서 무죄를, 2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 120시간 명령을 선고 받았다.

다른 팀장 C씨에 대해서는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C씨는 1·2심 모두 무죄를 받았다. A·B씨 상고를 받아들이고 검찰 상고를 기각한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하도급 업체에 단가 인하를 강제하는 이른바 '갑질'을 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 대상에 올랐었다. 공정위는 2019년 12월 과징금 208억원을 부과하고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A씨 등 3명은 지난 2018년 7~8월 공정위의 직권조사 등에 대비해 회사 임직원 PC 102대, 하드디스크 273대를 교체하는 방법으로 관련 증거들을 대규모로 인멸하거나 인멸을 교사했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1심은 A씨 등의 증거인멸 혐의 행위와 공정위의 고발 사이 1년 넘는 시간차가 존재해 검찰 수사에 대비한 범행이었음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반면 2심은 A씨 등이 공정위가 직권조사를 거쳐 검찰에 고발하는 등 장차 형사사건이 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유죄로 봤다.

반면 대법은 "A씨와 B씨의 행동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행위로 평가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며 "자신도 행위자로서 직접 형사 처벌을 받게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그 증거가 될 자료를 인멸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형법상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 관련 증거를 인멸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 등에 처하도록 한다.

대법은 과거 형법 조항에 대해 "자신이 직접 형사 처분이나 징계 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증거를 인멸했다면, 설령 그 결과가 다른 공범의 형사사건 증거 인멸로 이어졌다 해도 증거인멸죄로 다스릴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은 2심이 A, B씨의 증거인멸 행위를 제대로 심리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들이 자신을 위해 증거를 인멸한 게 아닌지 충분히 따져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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