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수비대 사령관 출신 현 최고국가안보회의 의장 라리자니 부상
시위 유혈진압 책임·미국과 전쟁시 관리 계획도 수립
라리자니, 하메네이 피살 시 국정운영 책임 최상단 차지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국이 중동 인근 해역에 수십 대의 항공기를 실은 항공모함 전대를 속속 파견하는 등 지난해 6월에 이어 이란 공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란이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국가안보 최고 책임자에게 자신의 사망에 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지난달 초 이란의 전국적인 시위와 미국의 공습 위협에 직면해 신뢰하고 충성스러운 측근인 알리 라리자니 국가안보 최고책임자(67)에게 국정 운영을 맡겼다.
라리자니는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역임했으며 현재 최고국가안보회의 의장을 맡아 사실상 나라를 운영해 왔으며 그가 부상하자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소외되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실 소속 인사를 포함한 고위 관리와 혁명수비대원, 전직 외교관 인터뷰 등을 토대로 라리자니의 권한과 책임이 지난 수 개월 꾸준히 확대되어 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달 이슬람 통치 종식을 요구하는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는 임무도 맡았고 미국과 전쟁을 벌일 경우에 대비한 계획도 수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카타르 도하 방문시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강력해졌다. 지난 7, 8개월 동안 준비해 왔으며 약점을 파악해 보완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전쟁을 시작하지도 않을 것이지만 만약 전쟁을 강요한다면,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메네이는 라리자니 등 몇몇 가까운 정치·군사 동료들에게 자신을 포함한 최고 지도부에 대한 암살 시도로부터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라리자니는 정치 및 종교계의 엘리트 가문 출신으로 12년 동안 국회의장을 역임했다. 2021년에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25년 장기 전략 협정을 중국과 협상하는 책임을 맡았다.
고위 관리 등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자신이 직접 임명하는 군 지휘관 및 정부 직책 각각에 대해 4단계의 승계 서열을 정했다.
또한 모든 지도부 인사에게 최대 4명의 후임자를 지명하도록 지시했으며, 자신과의 연락이 두절되거나 자신이 암살될 경우를 대비해 측근들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했다.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12일간의 전쟁 동안 은신해 있었던 하메네이는 자신의 후계자가 될 수 있는 세 명의 후보를 지명했다. 이들의 신원은 공개된 적이 없다.
라리자니는 후계자 자격의 핵심 요건인 고위 시아파 성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후보에 포함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가장 신임을 받는 측근이라고 NYT는 전했다.
하메네이가 자신의 암살에 대비한 계획을 세우고 군 지휘관들에게 4단계 승계조치를 지시한데는 지난해 6월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에서 얻은 교훈을 반영한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당시 이스라엘은 전쟁 발발 후 몇 시간 만에 고위 군사 지휘부를 전멸시켰다.
존스 홉킨스 고등국제연구대학원의 이란 및 시아파 신정 체제 전문가인 발리 나스르는 “하메네이는 눈앞에 닥친 현실에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스르 교수는 “그는 순교자가 될 것을 예상하고 ‘이것이 내 체제이자 유산이고, 나는 끝까지 버틸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스르 교수는 “그는 권력을 분산시키고 있으며, 후계 문제와 전쟁이라는 큰 사건에 대비하고 있다”며 “후계 문제가 전쟁의 결과로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과의 긴장 속에 하메네이는 시종 일관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그는 지난주 연설에서 “세계 최강의 군대가 큰 타격을 입으면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이라며 인근 해역에 집결한 미군 함정들을 침몰시키겠다고 위협했다.
전쟁 발발시 경찰 특수부대, 정보기관 요원, 그리고 혁명수비대 산하 사복 민병대인 바시지 대대가 주요 도시 거리에 배치될 것이라고 혁명수비대 소속 인사 등은 말했다.
이들 민병대는 검문소를 설치해 국내 소요 사태를 예방하고 외국 첩보 기관과 연계된 요원을 색출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란 지도부는 군사 및 안보 동원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적 생존을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여기에는 하메네이와 고위 관리들이 살해될 경우 누가 국가를 운영할 것인지 등도 포함된다.
NYT는 “세 명의 관계자에 따르면 라리자니가 명단 최상단에 있으며 그 뒤를 이어 갈리바프 국회의장이 이름을 올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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