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영국의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플로리다를 비롯한 미국 내 최소 6곳의 사설 보관소를 임대해 사용했다. 이 매체가 입수한 신용카드 결제 내역과 내부 문건에 따르면, 그는 2003년부터 사망한 해인 2019년까지 이 창고들의 임대료를 꾸준히 지불해 왔다.
주목할 점은 엡스타인이 경찰 수사를 앞두고 치밀하게 증거를 빼돌린 정황이다. 그는 2000년대 중반 경찰의 가택 수색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뒤, 사설 탐정들을 고용해 플로리다 자택과 카리브해 사유지의 컴퓨터 등 전산 장비를 비밀 창고로 옮기도록 지시했다. 실제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전직 경찰 간부는 "수색 당시 현장은 이미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고 핵심 장비들은 사라진 상태였다"고 증언했다.
이 비밀 창고들에는 엡스타인이 유력 인사들을 상대로 수집한 이른바 '보험용' 협박 자료가 보관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엡스타인은 평소 자택 곳곳에 은밀하게 카메라를 설치해 방문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 법무부가 최근 공개한 수백만 건의 파일에도 그가 주변 인물들을 강박적으로 기록해온 정황이 담겨 있다.
이번 폭로로 미 사법당국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수사기관이 창고의 존재를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압수수색을 피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실제 2019년 엡스타인 자택 압수수색 당시 지하 창고가 비어 있었음에도 외부 보관소에 대한 추가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영국 정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앤드루 전 왕자의 반역 혐의 수사와 연계해 법관 주도의 고강도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비밀 창고에 잠들어 있을지 모를 사진과 영상이 공개될 경우, 영국 왕실을 넘어 세계 권력 지형을 뒤흔들 초대형 스캔들로 번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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