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불완전한 기억과 감정의 흔적을 인물로 그려온 함미나의 개인전 ‘바다위 Badawi’가 열린다. 서울 삼청동 피비갤러리에서 3월 5일부터 4월 18일까지 펼친다.
함미나는 어린 시절의 사건과 이후 이어진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특정 대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보다 기억의 잔상과 정서의 결을 화면에 남기는 데 집중해 왔다.
이번 전시명 ‘바다위 Badawi’는 사막의 유목민을 뜻하는 ‘베두인(Badawi)’에서 착안했다. 아랍어 ‘Badawi’가 한국어로 ‘바다 위’처럼 들린다는 점에 주목해, 발음과 문자 형태가 지닌 이동의 이미지를 회화적 은유로 확장했다.
작가는 김기림의 시 ‘바다와 나비’와 모나크 나비의 이동 방식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바다를 건너는 나비의 이미지는 반복되는 인물 형상과 겹쳐지며, 불확실한 시간과 감정의 리듬으로 번역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인간 번데기’ 연작을 중심으로 ‘바다위’와 ‘날개짓’ 시리즈를 선보인다. ‘인간 번데기’는 불특정 인물의 얼굴을 집중적으로 포착한 작업으로, 나비 표본이나 증명사진, 실종 포스터를 연상시키며 한 존재가 특정한 순간에 고정되는 상태를 다룬다.
재료적 측면에서도 변화가 두드러진다. 유화에 더해 목탄, 콘테, 파스텔, 한지 등 다양한 매체를 병행하며, 번지고 지워지는 건식 재료의 특성과 종이의 물성은 이미지를 완결된 결과로 고정하기보다 시간 속의 과정으로 남긴다. 특히 접히거나 구겨진 한지는 화면에 물리적 층위를 형성하며 나비의 연약한 날개를 연상시킨다.
전시장에는 세로 40.9cm, 가로 31.8cm의 동일한 크기의 회화 작품들이 벽면을 따라 연속적으로 배치된다. 피비갤러리는 “반복되는 화면의 리듬은 개별 작품을 분절된 이미지가 아닌 하나의 연속된 장면으로 인식하게 한다”며 “이동과 과정, 그리고 이동의 시간이 고정되는 순간이라는 두 가지 흐름이 전시 공간 안에서 확장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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