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유공자, 시민사회단체 "봐주기 판결" 한목소리 규탄
노동계·정치권 "사법부 내란 비호" 규탄…사면 불가론도
[광주=뉴시스]변재훈 이현행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데 대해 광주·전남 각계각층은 "면죄부를 줬다"며 실망감과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계엄 선포가 헌법상 대통령에게 보장된 권한이라 하더라도 국헌 문란 목적의 내란으로 판단한다. 계엄 선포부터 선관위 점거까지 모두 폭동에 해당한다"라며 특검이 구형한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443일 만에 내려진 사법부 판단이다.
45년여 만에 도진 계엄 트라우마로 고통 받았던 5·18민주화운동 단체는 이날 판결을 성토했다.
양재혁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은 "무기징역을 선고한 판결이 아쉬울 따름이다. 5·18정신이 왜 피로 쓰였는지, 사법부가 오늘 스스로 부정했다. 사법부는 이번 판결이 역사에 남을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내란 세력이 현재도 반성은 커녕, 법과 국민을 무시하고 있다. 무기징역 선고는 내란 세력이 저지른 범죄에 비해 너무도 가벼운 형량이다. 국민의 법 감정과는 동떨어진 판결"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도 '봐주기 판결'로 규정하며 일제히 분노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성명을 내 "민주주의 수호 의무를 내팽개치고 국헌을 문란케 해 대한민국을 벼랑으로 내몬 자에게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것은 최소한의 정의조차 실현하지 못한 일"이라고 반발했다.
또 "군경을 동원한 국회·선관위 침탈 만을 국헌 문란 행위로 인정했다. 윤석열과 함께 내란을 획책한 주요 임무 종사자들에게 면죄부를 부여했다"며 "종합 특검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내란 뿐만 아니라 외환 유치의 죄까지 철저하게 파헤쳐 내란 세력을 철저히 단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선익 참여자치21 공동대표는 "사형 원하는 시민 법 감정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윤석열을 비롯한 내란 가담자 대다수가 법원 판단에 불복하며 반성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행여라도 향후 정치적 이해 탓에 내란 주범을 사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광주진보연대도 "헌법 위에 군림하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될 수 없다. 사법부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정의 수호를 위해 거듭 성찰하기를 촉구한다"고 역설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판결에 대해 "사법부가 내란을 비호하고 동조한 역사적 퇴행으로 규정한다. 내란은 국민 생명과 헌정 질서를 인질로 잡고 국가를 전복하려 한 반헌법적 범죄다. 그 죄질은 단순 무겁다는 수준이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를 파괴하려 한 최악의 범죄"라며 무관용 처벌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창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장은 "판결 요지 중 '윤 전 대통령 등 내란 가담 피고인들이 짧은 기간에 폭력을 최소화하려 했다'는 등 표현은 납득도, 공감도 어렵다. '국민들의 정당한 저항이 있어 내란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 한덕수 전 총리의 판결과 비교하면 피고인들의 책임을 경감, 편드는 듯한 인상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지역 정치권 역시 한목소리로 맹비판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내란 443일 만에 수괴 윤석열은 무기징역으로 단죄됐고, 이를 막아낸 '대한민국 시민 모두'는 노벨평화상 후보로 찬사를 받았다"며 어떠한 정치적 사면도 반대한다. 광주는 전두환 사면의 후과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듯 엄중한 단죄만이 불의한 역사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게 무기징역이라니 과연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며 "우리 역사에 불법 비상계엄 같은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면 엄중한 법의 심판이 다시 내려져야 한다. 앞으로 이어질 내란 전담 재판부에서 정의를 바로 세우는 올바른 판결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나주·화순)도 자신의 SNS에 "나라를 통째로 도적질하려 한 내란범에게는 마땅히 사형이 선고됐어야 한다. 최소한 내란을 꿈꾸는 자들에게 '목숨까지 잃지는 않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줬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의 선고는 10년 후, 50년 후, 100년 후 또 다른 내란의 씨앗이 될 수도 있는 판결이고 후대에 짐을 떠넘기는 판결이다. 그래서 오늘 사형이 선고됐어야 한다"고 일침했다.
민주당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을)은 "헌정 파괴범을 단죄하는 역사의 법정이라면 특검이 구형한 '사형'이 지극히 마땅한 상식인데도, 사과 한마디 없이 끝까지 국민을 조롱하는 자에게 사법부가 굳이 핑곗거리를 쥐어줬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우리를 분노케 하는 것은 반성 없는 내란범에게 초범 운운하며 베푼 사법부의 얄팍한 온정이고, 민주주의를 전복하려 한 죄를 '촛불 훔친' 일에 비유하는 안일함"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조인철 의원(광주 서구갑)도"윤석열은 헌정사를 더럽힌 내란 우두머리"라며 "2심은 구형대로 선고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진보당 광주시당도 "윤석열은 제2의 전두환이 될 것이고 이 판결은 내일의 내란에 용기를 준 것이다. 지귀연 재판부는 헌법 파괴 세력에 맞선 시민들의 빛나는 저항을 배신했다. 결국 사법개혁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진보당 전남도당도 성명을 내 "내란 친위 쿠데타를 준엄하게 단죄 못해 단 하나의 역사적 교훈도 남기지 못한 오늘 판결을 강력 규탄한다. 사법부는 국민적 기대를 저버린 개혁 대상이며 자정 능력도 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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