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검체는 사망 후 최대 3년 동안 무료 보존
“전쟁으로 유전자 풀이 사라져 민족의 생존이 걸린 문제”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4년째 전쟁을 계속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인구 감소 위기 타개의 한 방법으로 군인들의 정자 냉동 보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 최전방에서 근무중인 막심(35)은 “전쟁으로 병사들이 죽어가고 있어 유전자 풀이 사라지고 있다. 민족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B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최근 휴가로 돌아왔을 때 아내의 권유로 키이우의 한 병원에서 정자 샘플을 채취했다.
그의 정자는 현역 군인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무료로 냉동 보관되고 있다. 막심이 사망하면 아내는 냉동 정자를 이용해 원했던 아이를 갖기 위해 시도할 수 있다.
그는 “최전선 ‘제로 포인트’에 있든, 30km 또는 80km 후방에 있든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며 “머리 위를 맴도는 러시아 드론이 끊임없는 위협”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트레스를 받아 생식 능력 저하 같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우리는 미래, 우리 우크라이나 민족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본격적인 파병이 시작된 2022년부터 민간 불임 클리닉들이 군인들에게 난자 냉동보존 시술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전투 중 부상을 입거나 생식 능력에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정자나 난자를 무료로 냉동 보관할 수 있다.
2023년 의회는 국가의 재정적 지원 방안 마련을 추진했다.
옥사나 드미트리예바 의원은 “군인들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그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관련 법안 마련 취지를 설명했다.
한 때 정치인들이 기증자가 사망하면 모든 정자 샘플을 폐기해야 한다는 조항을 제안했다가 대중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현재는 모든 군인의 검체는 사망 후 최대 3년 동안 무료로 보존되며 사전 서면 동의가 있는 경우 배우자가 사용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러시아의 침공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이번 전쟁에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악화된 인구 위기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BBC는 16일 보도했다.
드미트리예바 의원은 전선을 방문할 때 병사들에게 성생활과 불임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정자 냉동 보관을 고려해 보라고 권장한다고 말했다.
키이우의 국립 생식의학센터는 지난달부터 군인들을 대상으로 ‘냉동 정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10여명 정도만 등록했지만 소문이 퍼지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drag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