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석씨 돌봄센터서 수학 재능기부
50대 때 질병으로 쓰러진 뒤 회복해
주중 아이 돌봄, 주말에는 수학 교실
"아이들 역시 베푸는 사람이 되기를"
[증평=뉴시스] 서주영 기자 = "아이들도 커서 자신의 재능을 나누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네요. 그런 선순환이 제 소망입니다."
고향인 충북 증평군에 거주 중인 윤영석(59)씨는 지역 아동돌봄센터인 '초롱이 행복돌봄나눔터'에서 3년째 수학을 가르치는 재능 기부를 해오고 있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온 그는 졸업 후 서울 소재 벤처기업을 다니며 젊음을 불태웠다.
"당시 벤처 창업이 붐이었고 GIS(지리정보시스템)가 막 도입되던 시기였어요. 학교 동기들은 대부분 대기업이나 금융·증권사를 갔는데 저는 마케팅 사업에 GIS를 도입하면 뭔가 시너지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GIS 관련 벤처에 입사했죠."
20여년 간의 직장 생활 끝에 그는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 같은 업종으로 창업해 회사를 6년 정도 꾸려나갔다.
50대 초반이던 이 시기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되는 일이 발생했다.
"회사를 운영하며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왔어요. 하루는 속이 메슥거리더라고요. 퇴근길에 지하철역 화장실을 몇 번씩 들어갔다가 나왔어요. 그 모습이 의아했던 시민 한 분이 따라오셔서 칸막이 사이를 통해 뇌출혈로 쓰러진 제 모습을 목격한 거죠."
출동한 119구급대는 곧바로 역 근처에 있던 강동성심병원으로 그를 옮겼다. 소방과 병원의 빠른 대처 덕분에 신속하게 치료받을 수 있었다.
그는 "정말 운이 좋았다"며 "발견부터 이송, 수술대에 오르기까지 중간에 잠깐이라도 지체됐다면 목숨을 잃거나 평생 불구로 살았을 수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10개월 간의 재활을 끝낸 그는 성당을 찾아 신부와 면담했다.
"그 좋은 복을 혼자만 갖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도 나누는 게 어떻겠느냐"는 신부의 조언에 윤씨는 봉사단체 가입에 이어 돌봄센터 재능 기부도 시작하게 됐다.
"아이들을 가르쳐본 경험이 있다고 하니 초롱이 행복돌봄나눔터를 추천받았다"며 "주중에는 초등 저학년생에게 수학 놀이를 통한 돌봄을, 주말에는 고학년생과 중학생을 상대로 수학 수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2024년 학교 여름 방학에만 봉사하기로 했으나 지금까지도 그는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오히려 제가 배우고 느끼는 것들이 많아요. '나를 필요로 하는구나' '내가 누군가에게 꼭 있어야 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존재감을 느끼는 거죠. 이 좋은 것을 방학 때만 하기엔 너무 아쉬웠습니다."
초롱이 행복돌봄나눔터는 설 연휴에도 조를 짜서 교대로 아이들을 돌보는 데 윤씨도 여기에 동참할 예정이다.
그는 "명절에 아이들과 윷놀이를 즐기며 떡국도 함께 만들어 먹을 생각"이라며 "설 명절에 대한 유래나 민족 놀이에 관한 얘기를 나눠보려고 한다"고 했다.
윤씨의 소망은 자신의 가르침을 통해 아이들도 남들에게 베푸는 사람으로 크는 것이다.
"센터에서 만난 초등생 1명이 자기가 필라테스를 배우는 중인데 나에게 알려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다른 아이들도 얘처럼 자신의 것을 나눠주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힘이 다할 때까지 이곳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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