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카메라로 게임장 불법 환전 장면 촬영
이후 압수수색 영장 받아 수사…업주 기소
1심 무죄→2심·대법 유죄…벌금 2000만원
"영상 제한적 촬영해…사생활 등 침해 적어"
다른 종업원 등의 초상권이나 사생활, 영업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은 만큼 적법한 증거 수집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최근 게임산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게임장 업주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20년 3월~5월 충북 청주시 상당구 소재 한 건물에서 사설 게임장을 운영하며 점수 1만 점당 10%의 수수료를 공제한 9000원을 현금으로 불법 환전해 주는 식으로 영업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행 게임산업법은 게임을 통해 얻은 점수나 게임머니 등을 현금으로 환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앞서 A씨가 불법 환전업을 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은 같은 해 4월~5월 사이 손님으로 가장해 차 열쇠 또는 안경으로 위장한 몰래카메라를 소지한 채 A씨가 운영하던 게임장에 잠입, 동영상을 촬영했다.
동영상에는 A씨가 손님으로 위장한 경찰이 직접 게임을 하며 획득한 점수 포인트를 게임장 내 흡연실에서 현금으로 직접 환전해 주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검찰은 경찰이 촬영한 동영상을 바탕으로 A씨를 상대로 압수수색 검증 영장을 발부받아 게임기와 장부 등을 압수했다. 이어 A씨를 조사한 후 기소했다.
1심은 동영상의 증거 능력을 부정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1심은 "경찰이 수사를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비밀리에 촬영할 소형 카메라를 준비해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 들어가 범행 현장을 촬영한 이상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계획된 수사는 영장주의 원칙을 관철해 검사와 판사의 통제를 받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유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동영상이 적법하게 촬영돼 증거 능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2심은 "경찰이 증거를 보전하기 위한 필요에 의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게임장에 통상적 방법으로 출입해 환전 행위 모습을 촬영한 것"이라며 "객관적 증거를 확보한 이후 영장을 발부받아 적법 절차에 따라 추가 수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영상을) 제한적으로 촬영해 A씨나 종업원 또는 다른 손님들의 영업 자유나 초상권 등 인격적 이익 등이 침해될 여지는 적어 보인다"며 "불법영업을 유도하는 등 위법한 함정 수사를 했다고 볼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대법은 앞서 2013년 현행범이나 범행이 발생한 직후 긴급히 증거를 보전할 필요가 있다면 영장 없이 상당한 방법으로 촬영한 영상물은 증거 능력이 인정될 수도 있다는 취지의 판례를 내놓은 바 있다.
또 2023년에는 초상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주거의 자유 등이 침해될 수 있는 만큼 수사기관에 허용할 수 있는 촬영 행위의 기준에 대해 판시했다.
당시 대법은 "수사기관이 촬영 장소에 통상의 방법으로 출입했는지, 촬영 장소와 대상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에 대한 보호가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영역에 속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2심은 이 같은 판례를 인용해 동영상의 증거 능력을 인정했고, 대법원도 2심 판단에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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