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미국의 더버지(The Verge)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지난 2011년 10월, 벤처 투자자의 주선으로 4chan 창설자 크리스토퍼 풀과 면담을 가졌다. 이 시점은 4chan 내에서 대안 우파와 각종 음모론의 발원지가 된 게시판(/pol/)이 신설된 때와 겹친다. 비록 엡스타인이 해당 게시판 생성을 직접 배후 조종했다는 결정적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그가 4chan 특유의 익명성과 여론 조작 가능성에 흥미를 느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엡스타인의 개인용 컴퓨터 즐겨찾기 목록에는 4chan이 상단에 위치해 있었으며, 그가 지인에게 해당 사이트의 자극적인 콘텐츠 링크를 공유한 기록도 이번에 함께 발견됐다.
이러한 온라인 하부 문화에 대한 엡스타인의 관심은 이후 제도권 정치계의 극우 세력과 결탁하는 가교 역할을 했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의 핵심 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과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단순한 친분을 넘어 유럽 내 극우 정치인 포섭 방안을 논의하고, 트럼프의 대외 정책 프레임을 설정하는 등 고도의 정치적 교감을 나눴다. 배넌은 훗날 엡스타인을 두고 "선거 기간 중 폭로가 가장 두려웠던 인물"이라고 회고했을 만큼, 두 사람의 유대는 비밀스럽고도 견고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엡스타인의 이 같은 행보는 실리콘밸리의 기술계 거물들에게도 뻗어 있었다. 그는 일론 머스크, 피터 틸 등과 접촉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했는데, 특히 피터 틸과의 서신에서는 브렉시트를 '글로벌화에 반하는 부족주의의 부활'로 규정하며 이를 새로운 정치 동맹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는 엡스타인이 인종이나 지능에 관한 유사과학적 인종주의에 경도되어 있었으며,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극우 선동가들의 논리를 수용했음을 시사한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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