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새해 첫 술을 나누며 한 해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도소주' 풍습은 사라졌지만, 술 한 잔을 나누며 덕담을 건네는 문화는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 사이에서 술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열고, 명절 상차림에 이야깃거리를 더하는 매개가 된다.
이번 설 연휴를 맞아 집에서 즐길 수 있는 각 지역의 특징을 담은 전통주를 소개한다.
서울을 대표하는 전통주로는 서울장수의 '장수 생막걸리'가 있다.
'장수 생막걸리'는 1909년 서울 무교동에서 시작된 양조 역사를 포함해 서울 곳곳의 양조 전통이 모여 만들어진 공동 브랜드다.
현재는 서울 5개 연합제조장 및 서울탁주제조협회 산하의 서울장수주식회사가 생산을 맡으며, 서울과 수도권을 대표하는 생활 주류로 자리 잡아왔다.
이 같은 역사성과 지역성은 2016년 서울시로부터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되며 특정 지역 특산주라기보다, 도시 문화와 시민의 삶 속에 깊이 뿌리내린 생활 주류로 그 가치를 인정 받았다.
장수 생막걸리는 효모가 살아 있는 생막걸리의 고유의 신선함에 집중한 술이다. 전통 막걸리의 본질인 신선함을 전달하기 위해 재고를 쌓기보다, 매일 이른 새벽 술을 빚어 당일 전량 병입·출고하는 시스템을 이어오고 있다.
강원도는 감자를 중심으로 한 토속 식문화가 발달한 지역으로, 이를 술로 풀어낸 전통주가 바로 감자술 '서주'다.
서주는 강원도산 감자를 주원료로 빚은 증류식 소주로, 지역 농산물의 특성을 살린 독창적인 전통주로 주목받고 있다.
감자 특유의 담백하고 부드러운 질감이 술에 고스란히 담겨, 알코올 도수에 비해 목 넘김이 순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향이 과하지 않아 전·나물·구이류 등 담백한 명절 음식과도 조화가 좋다.
대표적으로 오대서주양조장의 '평창 서주 감자술'가 있다. 오대서주양조장의 평창 서주 감자술은 감자(약 70%)와 백미(약 30%)를 누룩, 정제수와 함께 사용한 약주로, 청와대 만찬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강주'는 전라북도 전주를 중심으로 전해 내려오는 대표적인 전통 증류주로, 이름은 주원료인 배(梨)와 생강(薑)에서 유래했다. 조선시대 3대 명주 중 하나로 꼽히며, 전통 방식과 귀한 재료가 조화된 고급 술로 오랜 역사와 품격을 자랑한다.
이강주는 누룩과 증류주를 기반으로 배, 생강, 강황, 계피, 꿀 등을 함께 숙성해 풍부한 향과 부드러운 맛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전통적으로 잔치와 손님 접대, 명절 제사상에도 올려지는 술로, 기름진 명절 음식과도 좋은 조화를 이루는 전통주로 평가받는다. 독특한 향이 나며, 마신 후에도 뒤가 깨끗해 과음을 해도 부담이 없는 고급명주다.
안동소주는 조선시대 사대부가를 중심으로 이어져 내려온 전통 증류주로, 쌀과 누룩으로 빚은 술을 소줏고리로 증류해 만든다.
불필요한 향이나 단맛 없이 담백하고 단정한 풍미가 특징으로, 깔끔한 맛 덕분에 기름진 명절 음식은 물론, 간이 센 전·찜류와도 조화가 좋다.
알코올 도수는 20도 후반부터 40도 이상까지 다양해, 취향과 자리 성격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제주 고소리술의 주원료는 쌀이 아닌 좁쌀이다. 제주의 땅은 화산재로 물이 잘 빠지는 토질로 벼농사가 어려웠기에 대신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조·보리·메밀 등의 잡곡을 키웠다.
제주도를 대표하는 전통 증류식 소주인 고소리술은 제주의 좁쌀·누룩·지하 암반수를 발효한 뒤 만든 증류주다. 고소리라는 전통 '소줏고리(증류 장치)'에서 떨어지는 술방울을 모아 만든 것으로, 제주 전통 양조 방식의 깊은 맛과 향을 이어왔다.
알코올 도수는 약 40도로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깔끔한 목 넘김과 은은한 향이 있어 제주 전통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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