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우리는 지금 얼굴을 쉽게 고친다.
주름은 지워지고, 표정은 합성된다.
AI는 더 나은 버전의 나를 몇 초 만에 만들어낸다.
매끈한 이미지가 넘쳐난다.
진짜와 가짜의 경계는 흐려진다.
그럴수록 권순철의 화면은 거칠다.
물감은 두껍게 쌓이고,
다시 긁히며 균열을 드러낸다.
형상은 해체되고,
얼굴은 무너진다.
그의 신작 ‘넋’에서 남아 있는 것은 인물이 아니다.
물감의 덩어리, 존재의 잔존,
시간이 눌러 만든 압력이다.
두터운 마티에르는 살처럼 들러붙고,
덧칠의 흔적은 신체의 움직임을 기억한다.
우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오래 견딘 시간이 있다.
AI가 완벽한 표면을 만든다면
권순철은 균열을 남긴다.
AI가 이미지를 생산한다면
그는 흔적을 축적한다.
그의 그림은 아름답지 않다.
정돈되지 않았고, 불편하고, 매끄럽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거기서 멈춘다.
아름답지 않아도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
그 아름다움은 형태에서 오지 않는다.
버텨낸 시간에서 온다.
권순철에게 ‘넋’은 영혼이 아니다.
삶의 고통을 통과한 뒤 남겨진 기운이다.
데이터가 아닌 물질,
복제된 얼굴이 아닌 살아낸 얼굴.
이 시대는 끊임없이 자신을 업데이트한다.
그러나 권순철의 회화는 덧칠을 반복한다.
지우지 않고, 쌓는다.
그는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대답 대신,
그는 물감을 올린다.
아름답지 않아서,
더 오래 남는 그림.
그는 여전히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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