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작년까지 '설탕 담합'…8차례 합의
원당값 인상시 신속 반영…하락시 '천천히'
대표·본부장·영업팀장 등 직급별 합의 진행
과징금 4083억…담합 관련 금액 역대 2위
사업자당 평균은 1360억, 담합 최대 금액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설탕 제조·판매업자 3곳이 4년에 걸쳐 벌인 설탕 가격 담합 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강도 높은 제재를 내렸다.
주병기 공정위 위원장은 12일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에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 가격변경 현황 보고명령 등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4083억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담합 사건 관련 제재 중 총액 기준 역대 2위에 해당한다.
제당사 3곳은 지난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총 8회에 걸쳐 설탕 판매가격 변경의 폭과 시기 등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탕의 주재료인 원당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는 원가상승분을 신속히 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공급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합의한 후 이를 실행했다.
가격인상을 수용하지 않는 수요처에 대해서는 3사가 공동으로 압박하는 등 서로 협력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당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원가하락분을 더 늦게 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원당 가격 하락 폭보다 설탕 가격을 더 적게 인하하고 인하 시기를 지연시켰다.
이들은 대표·본부장·영업임원·영업팀장 등 직급별 모임이나 연락을 통해 합의를 진행했다.
대표·본부장급 모임에서는 개략적인 가격 인상 방안이나 3사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영업임원·영업팀장들은 많게는 월 9회 모임을 갖고 가격변경 시기·폭과 거래처별 협의 시기, 협의가 안 될 경우 대응방안 등 세부 실행방안을 합의했다.
합의가 이뤄지면 전체 거래처에 가격변경 계획을 통지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협상을 진행했는데, 수요처별로 점유율이 가장 높은 제당사가 협상을 주도하고 협상 경과를 수시로 공유했다.
공정위는 제당사들이 원당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때에는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가격을 인상했고, 반대로 원당 가격 인하로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가격을 인하하지 않거나 인하 폭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2007년 같은 혐의로 한 차례 제재를 받고도 다시 담합을 감행했다. 또 2024년 3월 공정위가 조사를 개시한 이후에도 1년 이상 담합을 유지했으며, 공정위 조사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대응을 논의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주 위원장은 "설탕은 제조에 대규모 장치가 필요하고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으로 수입이 자유롭지 않아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라며 "제당사들은 이런 상황을 활용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담합을 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들이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고 과징금 4083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관련 매출액은 3조2884억원으로 산정했고, 부과기준율은 15%였다. 담합 사건의 경우 부과기준율은 최대 20%까지 설정할 수 있다.
주 위원장은 "이번 사건의 과징금 부과 규모는 전체 부과 금액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라며 "사업자당 평균 1360억원 정도로 그간 공정위가 담합 사건에 부과한 과징금 중 참가 사업자당 평균 부과금액 기준으로는 최대 금액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과징금 부과 규모에 대해서는 "담합을 통해 기업들이 4년 이상 얻은 부당이익을 충분히 넘어선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현행법 체계 내에서 지금까지 공정위가 한 처분에 비해 엄정한 제재를 충분히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제재는 식료품 분야에서 은밀하게 장기간 지속된 약탈적인 담합을 제재한 것"이라며 "최근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높은 식료품 가격을 안정시키고 독과점 사업자의 부당한 가격상승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 현재 진행 중인 밀가루, 전분당, 계란, 돼지고기 등 담합사건에도 신속하게 처리해 법위반이 확인될 경우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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