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러 대사 “한러 관계 개선, 韓정부에 달려…독자제재 해제해야”

기사등록 2026/02/12 12:00:00 최종수정 2026/02/12 12:26:43

현대차 삼성 LG의 러시아 철수는 한국의 독자 제재 때문

북극항로 지금도 협력 가능…한국 핵잠함 주의깊게 지켜봐

"러-우 전쟁은 영토문제 해결 등 3조건 받아들여야 끝나"

[서울=뉴시스]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가 11일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에서 '러시아 외교관의 날(2월 10일)'을 맞아 뉴시스 등 한국 언론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6.02.11.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11일 한국 기업의 러시아 시장 복귀 등 한·러 경제 협력 재개 조건으로 한국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에 부과한 '독자 제재 해제'를 언급했다. 양국 관계 개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물잔의 절반'이라는 외교적 수사를 사용하며 "한국 정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러시아 외교관의 날(2월 10일)'을 맞아 이날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에서 뉴시스 등 일부 언론과 가진 간담회에서 "현대차와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러시아에서 철수한 이유는 한국 정부가 러시아에 가한 독자적인 제재 때문이었다"며 "이러한 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한 한국 기업이 러시아 시장에 어떻게 돌아갈 수 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제재 해제 문제는 주권국으로서 한국 정부가 결정할 문제"라며 "러시아는 한국의 주권을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또 "한국이 여러 상황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요구를 들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미국이 러시아에 부과했던 '잭슨-배닉법'을 참고할 만한 사례로 제시했다. 이것은 미국이 1974년 소련 연방의 유대인 이스라엘 이민 제한을 저지하기 위해 부과했던 경제 제재다. 1991년 소련연방 붕괴 후 러시아 국민은 이민과 해외 여행이 자유로워졌지만, 이 법은 그로부터 20년 뒤인 2012년 버락 오바마 정부 때에야 해제됐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한국의 정권 교체 후 관계 개선 기대에 대해서도 "물잔의 50%가 비어 있다"며 "그 결정은 전적으로 한국 정부에 달렸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이석배 대사 등 주러시아 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한러 관계에 대해 "긍정적인 자산이 상당 부분 소진돼 안타깝다"며 "과거에는 실용적인 접근을 유지하며 무역과 비즈니스 분야에서 진정으로 좋은 성과를 거뒀다. 러시아는 대한민국과의 관계가 회복되기를 기대한다"고 한 바 있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윤석열 전 정부 때 한국의 고위 당국자들은 공개적으로 러시아에 대해 항상 비판적인 발언을 해왔다. 이재명 정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고 있다"며 "양국 국민이 자유롭고 편리하게 교류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양국 국민의 모두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극항로 개발과 관련해서도 "러시아의 협력 없이는 북극항로 이용이 불가능하다"며 "한국 측과 협력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제재 해제가 선행돼야 하는지' 묻는 질의에는 "러시아 측은 이 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여건이나 걸림돌과 같은 조건이 없다"며 "저는 현재 상황에서도 이러한 협력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서울=뉴시스]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가 11일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에서 '러시아 외교관의 날(2월 10일)'을 맞아 뉴시스 등 한국 언론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6.02.11.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계획에 대해서는 "중요한 문제"라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으로부터 원칙적인 승인만 받은 것으로 안다. 한국과 미국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위반할지 여부는 현 단계에서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동시에 오커스(AUKUS) 방식도 대안으로 논의되는 것 같다. 핵보유국인 미국이 비핵국인 한국에 고농축 우라늄을 전달하는 방법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며 "IAEA 틀 속에서 필요한 논의를 거치고 검증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것은 또한 동북아 안보 측면에서도 한반도에 또 다른 전략 자산이 생기는 것으로, 남북 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관련해서는 "전쟁은 러시아가 승리할 때 끝난다"고 명확하게 입장을 밝혔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천명한 ▲러시아 안보 위협 제거 ▲러시아를 모국어로 하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인권 존중 ▲러시아 헌법상 영토 문제 해결 등 3가지 핵심 조건을 상기하면서 "우크라이나가 푸틴 대통령의 타협적이며 합리적인 조건을 받아들일 때 전쟁이 끝날 수 있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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