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법 난동' 다큐 감독 상고…"판결 모순적이고 비겁해"

기사등록 2026/02/11 16:19:54 최종수정 2026/02/11 18:00:23

'서부지법 난동' 당시 기록하다 체포돼 벌금형

정윤석 측 "사회 상규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서부지법 폭동'을 기록한 정윤석 감독이 지난해 7월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무죄 탄원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07.21.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소헌 기자 = 서부지법 난동사태 당시 상황을 기록하다 체포돼 1·2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다큐멘터리 감독 정윤석(44)씨가 항소심에 불복해 상고한 가운데,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씨와 변호인단은 1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고 이유 등을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김성수)는 지난해 12월 24일 특수건조물침입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씨에게 원심과 같이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정씨의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피해자로 볼 수 있는 서부지법 직원들 입장에서는 정씨의 청사 진입과 다른 피고인들의 청사 진입 간 차이를 분간할 수 없는 것이며, 청사 내로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항소 기각 사유를 밝혔다.

정씨 변호인단은 "원심판결은 헌법, 자유권 규약, 예술인권리보장법이 보장하는 표현과 예술의 자유 침해 여부에 대한 실질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씨 측은 "집회 현장을 기록하는 저널리스트를 체포, 기소, 처벌하는 것은 헌법과 유엔 자유권 규약이 보장하는 표현과 예술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평가된다"며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판단 누락, 심리미진 등이 있어 상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널리스트'에게 건조물침입죄를 적용하는 것 자체가 표현과 예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건조물침입죄를 적용한다 하더라도 구성 요건 해당성 및 위법성 조각 사유의 존재 등을 판단할 때 보호해야 할 '기록을 위한 진입'과 처벌해야 할 '법원의 평온을 침해하는 침입'을 구별해야 한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는 그 자체로 헌법상 표현의 자유, 문화예술의 자유, 언론의 자유에 해당하며 정상적인 방법원으로 법원 경내에 진입했으며 시위대와 거리를 두며 소극적인 촬영 행위를 이어갔다"고 언급했다.

또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법원이 시위대에 의해 습격당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만큼 기록이 필요하며, 급변하는 상황에 따라 적절한 위치를 선정하며 촬영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행위가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적 가치와 사회적 필요성은 중대한 반면, 침해된 법익은 불투명하므로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기자회견에서 "이 상황에서 계속 유죄가 나오면 법원이 스스로 예술인권리보장법을 사문화하는 것"이라며 "상고를 했지만 헌법소원도 함께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원심판결에 대해서도 "원심판결대로라면 지난 2024년 12월 3일 국회에 들어갔던 시민과 언론인들은 모두 수사를 받아야 한다"며 "1심 재판부의 판결은 그래서 매우 위험하고 모순적이며 어찌 보면 매우 비겁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가들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소속이 없거나 사회적 비용이 낮은 개인을 쉽게 처벌하고 피해를 감수하라고 말하는 권위주의적 태도가 남아있다고 생각한다"며 "사법부 최후 보루인 대법원에서 무죄를 인정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20년 가까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온 감독으로, 지난 2024년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의도 당사와 서부지법 등의 현장을 촬영해 오고 있었다고 한다.

베를린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수상한 경력도 있다. 박찬욱 감독 등 영화인들은 정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달라며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는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영화인과 시민 총 2781명이 연명한 탄원서를 통해 "아무런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사건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예술가를 처벌한다면 앞으로 누가 재난의 자리로, 사회적 기록의 가치를 지닌 현장으로 카메라를 들고 들어갈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정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정씨 측은 이에 불복해 상고해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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