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안전한 제3국' 요건 완화…망명 신청자 연고 없어도 이송 가능

기사등록 2026/02/11 08:19:50 최종수정 2026/02/11 08:30:24

극우·우파 연대 속 개정안 가결

시민사회 "취약계층 위험" 반발

[런던=AP/뉴시스] 지난해 8월 2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중심부에서 망명 신청자들이 머무는 한 호텔 밖에 인종차별 반대 단체의 시위대가 모여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2026.02.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역내 망명 신청자를 신청자와 아무 연고가 없는 국가로 이송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10일(현지 시간) 유로뉴스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이날 EU에 도착한 망명 신청자들이 신청 심사가 이뤄지기 전에 연고가 없는 국가로 이송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찬성 396표, 반대 226표, 기권 30표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망명 절차 규정에 포함된 '안전한 제3국' 개념을 손질해 망명 신청자와 이송 대상 국가 간의 연관성을 요구하던 요건을 삭제했다.

이에 따라 각국 당국은 신청자와 연고가 없더라도 '안전한' 국가로 이송할 수 있게 됐다.

여기서 '안전한' 국가는 국제적 보호를 신청하는 사람이 '국제 기준'에 따라 처우받는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망명 신청자에 대한 박해 및 중대한 위해로부터의 보호, 강제송환 금지 원칙 존중, 제네바 난민협약에 따른 실효적 보호를 받을 기회,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망명 제도에 대한 접근 보장 등이 포함된다. 거주권 외에 교육과 취업 허가가 부여되는 점도 기준에 들어간다.

다만 새 규정은 보호자 없이 입국한 미성년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들의 망명 신청은 기존처럼 유럽 국가 또는 연고가 있는 국가, 혹은 경유한 국가에서 심사된다.

이번 개정안은 중도우파 유럽국민당(EPP) 주도로 우파 성향의 유럽보수개혁연합(ECR), 극우 성향의 유럽을위한애국자(PfE), 주권국가의유럽(ESN)이 힘을 보태 통과됐다.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과 '리뉴 유럽'은 대체로 반대표를 던졌지만 일부 이탈표가 나왔다.

연고 요건을 없애면 '제3국에 의한 도구화(instrumentalisation)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유로뉴스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EU 회원국들이 재정적 대가를 제공하는 대신 유럽에서 온 이주민을 수용하는 제3국 정부와 협정을 체결할 수 있는 길을 연다"며 '이는 과거 영국 정부가 르완다와 추진했던 구상과 유사하다"고 짚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유럽난민망명위원회(ECRE)는 제3국에서 망명 신청자들이 충분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의문스럽고, 새 법이 폭력 피해 생존자나 성소수자 등 취약 집단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유럽의회는 같은 날 망명 심사를 위한 EU의 첫 '안전한 출신국' 목록도 승인했다.

목록에는 방글라데시, 콜롬비아, 이집트, 인도, 코소보, 모로코, 튀니지가 포함됐으며,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모든 EU 가입 후보국도 포함됐다.

'안전한 출신국' 개념 역시 유럽 내 망명 절차를 신속하게 하기 위한 제도다. EU 법에 따라 '안전한 출신국'으로 지정된 국가의 국적을 가진 이주민의 신청은 신속 심사 절차(패스트트랙)로 처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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