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실패를 형사책임으로 전이해선 안돼" 경제계, 배임죄 개선 건의

기사등록 2026/02/10 14:00:00

한경협 '배임죄 문제점과 개선방안' 세미나 개최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경제인협회’로 55년 만에 이름을 바꾸고 새로 출범했다. 사진은 19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앞에 설치된 표지석. 2023.09.19. kgb@newsis.com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경제계는 신산업 투자 촉진을 위해 배임죄 등 경제형벌을 합리화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세미나 '배임죄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열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지금은 AI, 배터리, 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등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나, 배임죄로 인해 기업인들이 모험적 결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주제 발표를 맡아 우리나라 배임죄의 기준이 불명확하고, 손해 발생 위험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배임죄 규정이 모호해서, 경영자들이 자신의 행위가 형법상 금지된 행위인지 사전에 알기 어렵다"며 "현실적인 손해가 없더라도 '손해 발생의 위험'만으로 처벌할 수 있어 적극 경영 의지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 비해 유독 엄격한 기준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안 교수에 따르면 독일은 미수범을 처벌하지 않으며, 업무상 배임죄나 특별배임죄 가중 규정이 없다.

또 일본은 고의 외에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하거나,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이라는 엄격한 주관적 요건을 요구한다.

이와 함께 미국과 영국은 배임죄 규정 자체가 없고, 유사 조항이 있더라도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다.

전문가들은 배임죄 폐지 또는 개선을 통해 기업경영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경영판단원칙의 신설'을 제언했다. 이익 충돌 없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내린 합리적 결정은 배임죄의 '임무 위배'가 아닌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강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도 "경영판단 영역에서는 형사 개입을 최소화하고, 무죄추정 원칙을 명확히 하는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혁선 KAIST 경영공학부 교수(경영학박사·법학박사)는 "형사책임과 민사책임의 경계를 보다 명확히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TF 단장은 "경영 판단 원칙의 명확화는 여야, 당정 간 사실상 이견이 없다"며 "정상적 경영판단원칙을 배임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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