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정민 벼락 멜로가 돼버리다

기사등록 2026/02/10 10:06:15

영화 '휴민트' 북한 보위성 간부 박건 역

신세경과 함께 절절한 멜로 연기 선보여

"인생에 멜로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청룡영화상 화사와 공연애 폭발적 반응

"멜로 특별히 생각 없지만 기회 된다면"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보시다시피…제 인생에 멜로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죠. 꼴값 떤다고 생각할까봐, 제가 할 수 있는 것만 잘하려고 했습니다."

현재 한국 연예계 전체에서 로맨스 아이콘을 딱 한 명 꼽는다면 십중팔구 그를 꼽을 거다. 배우 박정민(39). 사건은 의외 장소에서 의외 퍼포먼스로 터졌다. 박정민은 지난해 11월 청룡영화상에서 가수 화사와 함께 축하무대에 섰다. 공연 시간 4분30초 중 박정민이 등장한 건 딱 2분. 헤어진 연인 컨셉트로 화사를 한참 바라보다가 아주 약간의 율동을 보여준 게 다였다. 그런데 이 영상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로 퍼져나가며 화제가 됐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관련 게시물·영상엔 댓글 수천개가 쉽게 달렸고, 내용 대부분은 "너무 설렌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중은 "박정민의 멜로를 보고싶다"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난데 없이 멜로스타가 된지 딱 3개월. 공교롭게도 박정민은 팬들이 그렇게 기다리던 로맨스영화로 돌아온다. '부당거래' '베테랑' 시리즈 등을 만든 류승완 감독의 신작 '휴민트'(2월11일 공개)다. 류 감독은 한국액션영화를 대표하는 연출가. 이번 작품 역시 액션영화다. 액션영화이긴 한데 이 영화, 류 감독 필모그래피에 없던 사랑이라는 감정을 진하게 발산한다. 게다가 기막힌 우연으로 '휴민트' 멜로 담당 배우가 박정민이이고, 그가 표현하는 사랑이 절절하기 그지 없다. "물론 저도 사랑을 다룬 영화 보는 걸 좋아했어요. 그런 영화들을 보면서 울기도 했죠. 그렇다고 제가 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어울리지도 않고 자신감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긴 겁니다."

'휴민트'는 국정원 요원 조과장(조인성)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일어나고 있는 북한여성 납치사건을 파헤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조과장은 이 사건에 블라디보스토크 영사 황치성(박해준)이 관련 있는 거로 보고 북한식당 종업원 채선화(신세경)를 휴민트로 포섭한다. 그런데 정체불명의 남성 한 명이 황치성과 채선화 앞에 나타나 이들의 일상을 흔들게 되고, 조과장은 그가 북한 보위성 간부 박건(박정민)이라는 걸 알게 된다.

박정민 표현을 빌리자면 "엄한 걸로 스타가 됐"는데 때마침 팬들이 원하는 바로 그런 영화를 곧바로 내놓게 됐으니 이런 걸 대운이 들어섰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대운까진 생각하진 않아도 요즘 좋은 일이 많다, 운이 좋다, 정도로 생각은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박정민은 "일상은 변한 게 전혀 없고, 무대인사를 가도 제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가 두 세 개 더 보이는 정도다. '휴민트'가 흥행에 성공하면 대운에 관해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박정민이 '휴민트'에서 연기한 박건은 당에 해가 되는 행위를 밝히고 그런 일을 벌인 자들을 가차 없이 처단하는 완벽에 가까운 프로페셔널이다. 박정민은 그를 "인간병기"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 박건에게도 아킬레스건이 있다. 약혼녀 채선화. 그는 어느 날 자신을 떠나버린 채선화를 찾아 온갖 곳을 찾아헤매다가 결국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온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채선화를 바라보는 박건의 애틋한 눈빛, 어쩔 줄 모르는 행동을 보면 그에게 이 여자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 영화 자체를 사랑에 관한 영화라고 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박건이 채선화를 찾아서 구하고 지키는 것에 몰두하고 있는 남자라는 명확했어요. 박건 옆에 항상 채선화를 두고 싶었습니다. 선화와 함께 있는 장면이 아니더라도 그의 대사와 행동에 채선화라는 키워드를 넣어서 보여준 겁니다." 각기 다른 처지 탓에 극중 박건과 채선화가 마주하는 장면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두 인물이 만날 때 비로소 '휴민트'의 텐션은 팽팽해진다. 온갖 액션이 위태롭게 펼쳐질 때보다 더 그렇다. "그건 아마도 박건도 그렇고 채선화 역시 마음 속에 계속 상대를 담아둔 상태이고, 그렇게 연기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온 긴장감일 겁니다."

박정민이 갑작스럽게 멜로스타가 된 건 감량 영향도 있었을 게다. 북한 군인을 연기하기 위해 그는 감량했다. 2023년 '밀수' 때와 비교하면 20㎏ 가까이 몸무게를 줄였다. 촬영을 할 땐 매일 10㎞를 달린 뒤에야 카메라 앞에 섰다. 각이 살아서 정말이지 박건처럼 된 박정민의 얼굴은 블라디보스토크의 밤과 그곳의 어두운 등불 아래 섰을 때 더 애달파진다. '휴민트' 촬영을 위해 그렇게 체중을 덜어낸 상태에서 했던 게 바로 그 청룡영화상 공연이었다.

"박건이 되고 싶어서 붓기를 완전히 빼버렸습니다. 잘생겨 보이려기보다는 박건처럼 보이고 싶었던 거죠. 수척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니까요. '휴민트'에서 제가 다른 영화에서보다 멋지게 나왔다면 그건 다 감독님과 촬영감독님, 조명감독님 덕분입니다. 촬영 전에 제 얼굴 360도로 모두 촬영한 뒤에 가장 멋지게 나올 수 있는 각과 조명 등 각종 데이터를 완벽에 가깝게 수집한 뒤에 본격적으로 영화를 찍었습니다. 사실상 '휴민트'의 제 얼굴은 AI가 만든 거나 다름 없어요.(웃음)"

원했던 적 없는 로맨스스타가 된 게 아직도 얼떨떨하다는 박정민은 지금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고 해서 의도해서 로맨스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물론 재밌는 게 있다면 하겠지만 지금 생각은 그렇습니다." 그는 그러먼서도 "예전엔 만약에 대본을 15개 정도 받았다면 그 중 1개가 로맨스 요소가 있는 작품이었다. 선택의 폭이 좁았다. 이 폭이 조금 더 넓어진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선 결국 '휴민트'가 잘돼야 합니다. 이 영화 잘되면 그때 생각해봐도 돼요."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