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서호주 스털링 해군기지에 4척 잠수함 배치 추진

기사등록 2026/02/08 23:48:33 최종수정 2026/02/08 23:52:24

남중국해·대만 유사사태시 신속 전개, 괌 타격시 보완 기능 등

다윈항 이어 스털링해군 기지 미-중 갈등 전선 부상 가능성

호주, 훈련센터·잠수함 부두 개선 등 56억 달러 투자

[서울=뉴시스] 호주 서호주 스털링 해군기지. 2006년 개방일 행사에 호주 왕립 해군이 운영하는 잠수함 ‘HMAS 시언’ 등이 정박해 있다.(출처: 위키피디아) 2026.02.08.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국과 중국이 대만을 두고 충돌할 경우 서호주에 위치한 스털링 해군 기지의 역할이 부상하고 있다.

미국 핵잠수함을 전투 지역 가까이로 이동시킬 수 있는 정박지를 제공하며 상황이 악화될 경우 안전한 피난처가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향후 몇 년 안에 최대 4척의 잠수함을 HMAS 스털링 해군기지에 배치할 계획이며 첫 번째 잠수함은 내년 도착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 보도했다.

이는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태평양 동맹국과의 군사 통합 과정을 진전시키는 것으로 호주는 이 기지와 인근 정비 구역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이번 배치는 미국·영국·호주 3국 안보 협력체인 오커스(AUKUS) 합의의 일환이다.

미국은 괌에 잠수함을 배치하고 있으나 중국은 선제적인 미사일 공격으로 군사 시설을 무력화시킬 수 있어 호주의 잠수함 배치는 중국과의 갈등에서 결정적인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WSJ은 전했다.

스털링 기지에서 잠수함 정비를 실시하는 것은 또 다른 옵션을 제공한다.

현재 많은 잠수함 정비가 괌, 하와이 진주만 또는 미국 본토에서 이루어져 미국 조선소들은 수요를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 해군 잠수함 전단 사령관인 링컨 라이프스텍 소장은 최근 기지 방문 중 “만약 분쟁 상황에서 함선이 피해를 입는다면, 신속하게 전투에 복귀하고 싶을 것”이라며 “괌과 진주만에 있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면 미 해군이 더 빠르게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퍼스에서 남쪽으로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스털링은 잠수함을 배치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는 데 드는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을 깨닫게 하려는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

호주 정부는 스털링에 훈련 센터, 주택, 잠수함 부두 개선, 방사성 폐기물 처리 시설, 전력 공급 등 여러 분야에 약 56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미 해군의 최첨단 공격 잠수함인 버지니아급 잠수함 USS 버몬트가 약 4주간 스털링 기지를 방문했다.

기지는 섬에 위치해 있으며 다리로 본토와 연결되어 있다.

WSJ은 “최근 기지를 방문했을 때, 크레인이 미완성 건물 위로 높이 솟아 있었으며 군인들을 위한 바다 전망의 새 아파트도 있었다”고 전했다.

인근 본토에서는 호주가 헨더슨이라는 교외 지역에 정비 및 조선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지금까지 84억 달러를 책정했다.

이 단지에는 대규모 수리 및 가장 광범위한 수준의 정비에 필요한 드라이 도크가 포함될 예정이다.

허드슨 연구소 선임 연구원이자 전직 잠수함 승조원인 브라이언 클라크는 “호주 시설은 육상에 상시 정비 시설과 드라이 도크를 갖추게 되므로 괌보다 나을 것”이라며 “해군은 호주에서 대대적인 정비 작업을 수행해 잠수함이 귀환할 때 필요한 작업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는 자국 영토 내에 외국 기지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관계자들은 다가오는 미군 배치를 공식적으로 순환 배치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미 잠수함은 스털링에 상당 기간 주둔할 가능성이 있다.

호주 당국은 미국과 영국에서 약 1200명의 병력이 이 지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영국 또한 스털링에서 잠수함을 운용할 계획이다. 

미국, 영국, 호주 3국간 오커스 협정에 따라 호주는 2030년대 초부터 미국으로부터 핵추진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도입하기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 호주의 잠수함 전력은 디젤-전기 추진 방식이다.

하지만 미국의 조선업은 부진해 호주에 잠수함을 판매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WSJ은 전했다.

중도우파 자유당 출신의 말콤 턴불 전 총리는 “미국 잠수함 기지를 스털링에 두고 호주는 자체 잠수함을 보유하지 않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커스 잠수함 기지 계약은 호주 주권을 엄청나게 희생시킨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지자들은 스털링에 미국 잠수함을 배치하면 일자리가 창출되고, 호주가 자체 잠수함을 확보할 때까지 다른 잠수함보다 속도와 내구성이 뛰어난 핵추진 잠수함의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관료를 지냈고 현재 시드니 대학교 미국학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마이크 그린은 “전략적으로나 작전적으로나 당연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미사일로 기지를 타격할 수는 있지만 스털링 기지는 다른 미군 기지보다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명중시키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다만 핵 추진 잠수함 운용 경험이 없는 호주가 2030년대 초반까지 고난도의 정비 역량을 갖출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WSJ은 지적했다. 또한 방사성 폐기물 처리에 대한 지역 주민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호주는 중국 기업이 2015년 99년 동안 임대한 호주 북부의 다윈항 운영권을 두고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호주 당국이 안보 위협을 이유로 다윈항 회수를 추진하는 데 대해 반발하는 것이다.

서호주 해군 기지에 미국 등 오커스 협정국의 잠수함이 배치되는 경우 미-중과 중-호주간 갈등 전선이 새롭게 전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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