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태양이 졌다"…백혈병과 싸운 10세 소년의 마지막 이야기

기사등록 2026/02/09 05: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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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윤서진 인턴 기자 = 백혈병과 오랜 시간 싸워온 중국의 한 소년이 끝내 세상을 떠나며 많은 이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짧은 삶 속에서도 놀라운 용기와 긍정을 보여준 그의 사연에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남서부 구이저우성 출신의 10세 소년이 지난달 27일 베이징에서 숨졌다고 보도했다. 온라인에서는 '하오하오'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이 소년의 부모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전했고, 해당 게시물은 수십만 건의 댓글과 '좋아요'를 기록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오하오는 네 살 무렵 팔다리에 잦은 멍이 생기면서 병원을 찾았고,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이후 그는 17차례의 항암 치료와 15차례의 방사선 치료, 두 번의 골수 이식을 견뎌내야 했다.

치료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의료진은 치료 비용과 회복 가능성을 이유로 치료 중단을 권유하기도 했지만, 부모는 아들을 살릴 수 있는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포기하지 않았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하오하오는 밝음을 잃지 않았다. 그는 2023년 2월부터 '하오하오는 열심히 노력 중이에요'라는 이름의 계정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며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전했다. 치료 과정을 그는 "작은 괴물들과 싸우는 일"로 표현했고, 약은 "밥 먹고 먹는 디저트"라고 불렀다. 이 같은 태도 덕분에 그는 '작은 태양'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면역력이 약해 학교에 다닐 수 없었던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병실에서 보내며 온라인 영상을 즐겼고, 유행하는 인터넷 밈에도 익숙했다. 병세가 악화돼 얼굴이 붓는 날이 이어졌지만, 그는 스스로를 "팬케이크 같은 얼굴"에 빗대며 주변을 안심시키려 했다.

부모는 하오하오가 늘 남을 먼저 생각하는 아이였다고 회상했다. 첫 항암 치료 후 심각한 부작용을 겪던 다섯 살 무렵, 그는 부모에게 "제가 없어지면 동생을 낳아달라"고 말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고통 속에서도 어머니에게는 늘 울지 말라고 당부했다.

2022년 태어난 남동생은 하오하오에게 큰 기쁨이었다. 병이 악화된 이후에도 그는 동생과 함께 캠핑을 가 바비큐를 해 먹는 꿈을 꾸었다.

생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자 부모는 아들의 희망을 지켜주기 위해 병세를 숨겼다. 대신 하오하오가 그토록 먹고 싶어 하던 쓰촨식 생선 요리와 만두, 구운 소시지, 오렌지 맛 사탕 등을 차려주며 마지막 시간을 함께했다.

아버지 리양은 아들이 그 생선을 "지금까지 먹은 것 중 최고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력이 거의 사라졌을 때조차 하오하오는 자신이 "영화에 나오는 해적처럼 보인다"며 웃었다고 한다.

하오하오가 세상을 떠난 뒤 부모는 "이제 더 이상 고통은 없을 것"이라며 "늘 자신을 천사라고 말하던 아이가 다시 하늘로 돌아갔다"고 적었다. 주치의는 하오하오가 생전에 자신의 장례를 미리 생각했고, 가족이 보이는 집 뒤 산에 묻히길 원했다고 전했다.

어릴 적 경찰관이 되는 꿈을 꿨던 그의 뜻에 따라, 가족은 장례식에서 경찰 제복을 입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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