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비서실장, 맨델슨 주미 영국대사 임명 관여 의혹
야, 총리 재신임 투표 요구…여 일각서도 사퇴 요구 분출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자신이 임명한 피터 맨델슨 전 미국 주재 영국 대사의 '성 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연루 의혹으로 정치적 위기에 놓였다. 야당은 재신임 투표를 요구하고 나섰고 여당 일각에서도 사퇴 요구가 나오고 있다.
BBC와 가디언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5일(현지시간) 헤이스팅스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본 연설을 시작하기 전 엡스타인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맨델슨의 거짓말을 믿고 대사에 임명한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스타머 총리는 "정말 미안하다. 여러분에게 행해진 일들에 대해 미안하고, 권력을 가진 수많은 사람이 여러분을 실망시킨 것에 대해 미안하다"며 "맨델슨의 거짓말을 믿고 그를 (대사에) 임명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 이 얘기가 공개적으로 다시 전개되는 것을 지켜보도록 강요당한 것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맨델슨이 지난 2024년 12월 대사로 임명될 당시 그가 엡스타인이 미성년자 성매매 알선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에도 친분을 유지해왔다는 사실이 이미 공개돼 있었다는 사실을 스타머 총리는 인정했다. 다만 그는 "그 관계의 깊이와 어둠은 우리 가운데 누구도 알지 못했다"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맨델슨이 2009년 당시 수감 중이던 엡스타인의 미국 맨해튼 자택에 머물렀음을 시사하는 이메일을 입수해 2023년 보도한 바 있다.
스타머 총리는 맨델슨에게 대사 임명 전 엡스타인 유죄 판결 이후 그의 자택에 머문 적이 있는지, 선물이나 접대를 받은 적이 있는지 등 관계를 직접 물었지만 거짓말을 했다고 강조했다. 맨델슨은 검증 과정에서 엡스타인과 관계에 대해 정확히 답변했다는 입장이라고 BBC는 전했다.
그는 "현재 이용 가능한 정보에 따르면 그가 한 답변들은 거짓말이었다"면서 "그는 엡스타인을 거의 알지 못하는 사람처럼 묘사했다. 나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을 때 맨델슨을 해임했다"고 말했다. 맨델슨은 지난해 9월 엡스타인을 지지하는 이메일이 공개된 이후 해임됐다.
스타머 총리는 연설 이후 사퇴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맨델슨 문제로 노동당 의원들 사이에 존재하는 분노와 좌절을 이해한다"고 답했다.
정치적 위기에 놓인 스타머 총리가 이 행사에서 국면 전환을 시도했지만 행사는 엡스타인 후폭풍을 피하지 못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케미 베이드녹 보수당 대표는 "스타머 총리의 입장은 옹호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자유민주당은 여당인 노동당 의원들이 총리를 지지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신임 투표(confidence vote)''를 요구했다.
노동당 일각에서도 스타머 총리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레이철 마스켈 노동당 의원은 BBC 라디오에 출연해 "스타머 총리의 자리는 유지하기 어렵고 사퇴 외에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의원들은 과거 총리를 자주 비판해온 인사들이지만 더 많은 의원들이 비공식적으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스타머 총리 보좌관 출신인 루크 설리번은 BBC에 "스타머 총리가 처한 상황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며 "스타머 총리가 총리직을 걸고 싸우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는 맨델슨이 주미 대사 인사 검증 과정에서 엡스타인과 친분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점을 입증할 문서들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영국 정부는 당초 민감한 자료 일부를 공개하지 않으려다가 노동당의 반발로 선회했다.
스타머 총리는 최측근인 모건 맥스위니 비서실장을 경질하라는 노동당 평의원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맥스위니 비서실장은 맨델슨과 가깝고 그의 임명을 밀어붙였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맥스위니 실장이 유임될 경우 스타머 총리가 직을 유지하기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경고가 노동당 평의원 사이에서 나온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스타머 총리에 비판적인 칼 터너 의원은 "맥스위니 실장의 유임이 총리의 입지를 유지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며 "나는 총리가 물러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은 총리가 변화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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