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교부 “핵 군축 협상 참여 요구, 공정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아”
루비오 “21세기 진정한 군비 통제 실현, 중국 포함돼야”
전문가 “러 핵무기 증강 자원 제한적,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위협”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국과 러시아간 신전략 무기감축조약(뉴 스타트·New 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가 5일 0시(그리니치 표준시·한국 시간 오전 9시) 종료됨에 따라 새로운 군비 경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4일 성명에서 “5일 뉴스타트 효력이 마침내 종료된다”며 “우리는 뉴스타트 당사국들이 조약의 핵심 조항을 포함해 조약 맥락에서 어떠한 의무나 대칭적 선언에도 더 이상 구속받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조약이 후속 조치없이 그대로 두는 경우 (인류) 종말 시계를 앞당기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일 보도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 22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 조약에 명시된 무기 제한을 1년간 자발적으로 이행할 것을 미국에 공개 제안했으나 양자 채널을 통해 미국의 정식 공식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미국에 책임을 돌렸다.
뉴 스타트 종료와 함께 새로운 조약이 마련될 지와 함께 중국이 참여할 지가 관심이다.
미국은 새로운 전략 무기 통제 시스템이 마련되면 핵무기 보유를 크게 늘리고 있는 중국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 中 외교부 “핵 군축 협상 참여 요구, 공정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아”
두 최대 핵보유국간 군비 통제 협정 부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러시아가 제시한 건설적인 제안을 주목했다고 말했다.
린 대변인은 “미국이 이 제안에 적극적으로 응답하여 진정으로 세계 전략 안정을 수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 제한을 유지하고 중국을 군비 감축 협상에 참여시키기를 원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린젠 대변인은 이와 관련한 질문에 중국의 핵 능력은 결코 미국과 같은 수준이 아니라며 현 시점에서 중국에 핵 군축 협상 참여를 요구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고 밝혔다.
중국 군사 전문가인 쑹중핑은 5일 글로벌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적극적이지만 미국은 전략 핵무기 현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쑹 분석가는 협상의 또 다른 장애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갈등과 미국 보수층의 러시아에 대한 깊은 불신을 꼽았다.
그는 미국의 많은 사람들이 핵무기를 현대화하지 않으면 핵 우위와 다른 국가들을 억지할 능력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 미국의 관심은 중국의 핵무기 위협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4일 러시아와의 핵 합의에는 중국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21세기에 진정한 군비 통제를 실현하려면 중국이 포함돼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며 “중국이 보유한 핵무기가 방대하고 또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존 미·러 양자 협정의 틀을 넘어 중국까지 참여하는 새로운 핵 군축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8일 NYT와의 인터뷰에서 “뉴 스타트가 만약 만료된다 해도 괜찮다. 우리는 단지 더 나은 합의를 체결하면 된다”고 말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자오퉁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주로 중국의 핵무기 증강에 대한 우려 때문에 배치 가능한 핵탄두 수를 늘릴 수 있는 선택지를 열어두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자오 연구원은 러시아의 핵무기 증강을 위한 자원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에게 있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6월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최소 6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2023년 이후 매년 약 100개의 핵탄두가 추가되면서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제15차 5개년 경제 사회개발 계획에서 ‘전략적 억지력 강화’를 포함했다.
이는 미국 및 러시아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핵전력을 지속적으로 확장 및 현대화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중국의 15차 5개년 계획은 다음달 양회(정기 국회)에서 통과될 때 보다 자세한 내용이 알려질 전망이다.
◆ 전문가 “미러 협정 가입 않은 중국, 핵무기 개발 계속할 것”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의 선임 분석가 말콤 데이비스는 미국과 러시아 간의 핵무기 경쟁이 재개될 경우 중국은 핵전력 확대를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3일 ASPI 웹사이트에 게재한 분석에서 “미중러 3개국 핵무기 경쟁은 특히 감시 및 검증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본질적으로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예비역 대령인 저우보는 “조약이 폐기되면 세계적인 혼란기에 필연적으로 불확실성, 불안, 그리고 불안정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우 연구원은 “조약 종료로 중국은 어떤 영향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이것은 우리가 참여하지 않은 양자 협정으로 중국은 기존 정책에 따라 핵무기 개발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런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인 스인훙은 조약 갱신 여부와 관계없이 형식적인 합의보다는 실질적인 행동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 교수는 “미국은 핵무력을 계속 강화하고 있고, 러시아는 공개적으로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것이 세계의 새로운 정상 상태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스 교수는 “조약의 존재 여부는 어찌 보면 표면적인 문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 4일 미중러 정상 긴박 소통
중국과 러시아, 미국과 중국 정상은 4일 잇달아 유선으로 소통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전화통화를 하고 양국 관계와 대만 문제, 글로벌 현안 등을 논의했다고 양측이 밝혔다. 두 정상의 전화 통화는 지난해 11월 24일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 앞서 푸틴 대통령과 회상 회담을 가졌다.
뉴 스타트 종료를 수 시간 앞두고 이뤄진 연쇄 대화에서 핵무기 등의 통제에 대한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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