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항암치료 후 심각한 간부전…'이 검사'로 미리 안다

기사등록 2026/02/05 09:59:11 최종수정 2026/02/05 10:16:25

항암치료 후 간부전·출혈 위험…비침습 검사로 사전평가

간 기능 취약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 기준 제공

[서울=뉴시스] 왼쪽부터 이재준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한지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사진= 은평성모병원 제공)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간암 항암치료 전 간 기능 위험을 예측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이재준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제1저자)와 한지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교신저자) 연구팀은 간 탄성도 검사(VCTE)로 측정한 간 경직도가 진행성 간암 환자의 전신 항암치료 이후 간부전 발생 위험을 효과적으로 예측할 수 있음을 규명했다고 5일 밝혔다.
 
최근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Ate·Bev)을 포함한 면역항암 기반 치료는 진행성 간세포암 환자의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며 1차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일부 환자에서는 치료 도중 복수, 간성 뇌병증, 정맥류 출혈 등 간 기능 악화가 발생하며, 이로 인해 치료 지속이 어려워지고 예후가 급격히 나빠지는 문제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간부전 위험을 치료 전에 객관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지표는 제한적이었다.

이에 연구팀은 논문 '비침습적 간 탄성도 검사 기반 진행성 간세포암 환자의 전신치료 후 간부전 위험 예측'을 통해 국내 7개 대학병원에서 전신치료를 받은 진행성 간세포암 환자 396명을 대상으로 다기관 후향적 연구를 수행하고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대상으로 선정된 모든 환자는 전신치료 시작 전 간 탄성도 검사를 시행 받았으며, 연구팀은 간 탄성도 25kPa를 기준으로 환자를 분류해 임상 경과를 분석했다. kPa는 간이 얼마나 딱딱한지를 나타내는 압력 단위로, 수치가 높을수록 간 손상이 심하고 간부전 위험이 큰 상태를 의미한다.
 
분석 결과 간 탄성도 25kPa 이상인 환자군은 25kPa 미만인 환자군에 비해 전신치료 후 간부전 발생 위험이 약 2배 이상 높았고, 정맥류 출혈 위험 또한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치료를 받은 환자 중 간 탄성도가 높은 경우 치료 효과와 관계없이 간부전과 출혈 위험이 현저히 증가했다. 반면, 간 탄성도가 낮은 환자군에서는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치료가 생존율을 향상시키면서도 간부전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았다.
 
연구팀은 간 탄성도 외에도 간 기능 상태를 나타내는 Child-Pugh 점수, 종양 개수, 고등급 문맥 침범 여부 등을 종합해 간부전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위험 점수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치료 시작 후 12개월 이내 간부전 발생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했으며, 임상 현장에서 전신치료 전략을 개인 맞춤형으로 결정하는 데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재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간암 전신치료에서 종양 반응뿐 아니라 간 자체의 예후가 치료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치료 전 간 탄성도 검사만으로도 고위험 환자를 선별할 수 있어 실제 진료 현장에서 치료 선택과 위험 평가에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지원 교수는 "간 탄성도 검사는 비침습적이고 반복 측정이 가능해 임상 적용성이 높다"며 "앞으로는 간 기능이 취약한 환자에서 치료 전략을 보다 신중히 결정하는 데 중요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간암 치료에서 전신치료 전 간부전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를 제시하고, 면역항암제 치료의 안전한 적용 범위를 보다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나아가 간암 치료를 종양 중심에서 간 기능과 종양을 함께 고려하는 통합적 접근으로 확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간암 분야 최상위 국제학술지 '간암'(Liver Cancer)에 게재 승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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