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은 사자명예훼손 성립 여부
특정성·허위사실 입증에 한계
아동복지법 적용도 공방 예상
[서울=뉴시스]신유림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김병헌 대표가 오는 3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소환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해당 사안을 두고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서 사람을 해치는 짐승은 사람으로 만들든지 격리해야 한다"며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선 데 이어 경찰이 압수수색까지 진행하며 수사 수위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이들이 형사 처벌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오는 3일 오전 10시 김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김 대표에게는 사자명예훼손, 아동복지법 위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의 핵심 쟁점은 사자명예훼손 성립 여부다. 현행 법리상 명예훼손이 인정되려면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관련 판례를 보면 해당 요건을 충족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대학 강의 중 "위안부는 매춘"이라는 발언을 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에 대해 무죄를 확정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해당 발언이 "피해자 개개인을 특정한 것이 아니라 위안부 전체에 관한 일반적 추상적 표현현으로,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정 개인을 지목하지 않은 채 집단 전체를 비하한 경우에는 현행 명예훼손죄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법조계에서는 이 판례가 이번 사건에서도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태연 태연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명예훼손이나 사자명예훼손은 피해자가 누구인지 특정될 수 있어야 성립하는 범죄"라며 "법원은 그동안 위안부 피해자 집단을 소규모 특정 집단으로 보지 않는 경향을 보여왔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서도 '특정성'이 가장 큰 법리적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자명예훼손죄가 친고죄라는 점도 수사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로 꼽힌다. 친고죄는 유족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 제기가 가능한데, 피해자 상당수가 고령으로 이미 사망했거나 연고자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유족이 존재하더라도 피해 사실이 다시 공론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아,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찰이 함께 적용한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에서도 법리적 공방이 예상된다. 김 대표 등은 최근 소녀상이 설치된 학교 앞에서 성적 혐오 표현이 담긴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벌여왔다. 경찰은 이것이 학생들의 정서적 발달을 저해하는 학대라고 판단했지만, 집회 장소 인근 학생들에게 미친 실제 영향과 피의자의 학대 고의성 여부 등이 주요 판단 요소가 될 전망이다.
이 교수는 "정서적 학대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아동에게 실제로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와 함께 행위자의 학대 고의성이 입증돼야 한다"며 "집회라는 맥락 속에서 형사 책임을 인정하기까지는 법리적으로 따져볼 요소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19일 사자명예훼손과 집시법 위반 혐의로 김 대표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압수수색 이후에도 집회를 이어가는 등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압수수색 다음 날인 지난달 20일에는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집회를 강행했고, 경찰로부터 집회 금지 통고를 받을 때마다 집회 시간을 1초씩 줄여 재신고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는 집회는 반복되고 있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는 집회는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과 엄마부대, 국민계몽운동본부 등을 중심으로 총 45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정의기억연대의 정기 수요시위(169건)보다 약 2.7배 많은 수준이다.
법적 공백을 줄이기 위해 서 의원은 지난해 12월 30일 위안부 피해자 명예훼손과 허위 사실 유포, 평화의 소녀상 등 상징물 훼손·모욕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위안부피해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해당 법안이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김 대표에 대한 수사 결과와 법원의 판단이 향후 처벌 기준과 입법 논의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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