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의견과 명령'…판사의 판결문, 형식 내용 등 매우 이례적
판사 서명 필요없는 행정 영장?…“여우에게 닭장 지키게 하는 격” 비판
“권력욕의 한계가 없고, 법치주의는 저주를 받았다” 통렬 비판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유치원에서 돌아와 집 앞에서 문을 두드리다 아버지와 함께 연행, 구금됐던 에콰도르 출신의 5세 아동 리암 코네호 라모스는 지난달 31일 석방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로 돌아왔다.
토끼 모자를 쓴 소년이 스파이더맨 배낭을 움켜쥔 채 자신을 데려가려는 이민단속국 요원을 바라보는 모습은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에 대한 반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들 부자의 석방은 텍사스 연방 서부지법 프레드 비어리 판사가 내린 지난달 31일 판결에 따른 것이었다.
미 언론은 비어리 판사가 내놓은 ‘법원의 의견과 명령’이라는 이름의 석방 판결문은 단순히 법리 판단에 따른 결정문만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판결문은 5세 아동과 아버지에 대한 단속과 구금이 수정 헌법과 미국 건국의 아버지가 그리던 미국의 모습, 그리고 성경의 구절에도 어긋난다는 점을 들어 준엄하게 꾸짖었다.
특히 판결문에 대한 서명 아래에 아이가 연행될 때의 사진도 함께 실어 판결문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이었다고 미 언론은 소개했다.
판결문은 “아드리안 호네호 아리아스와 5세 아동이 법에 호소한 것은 단지 법의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법의 지배에 따른 보호를 요청한 것에 불과하다”고 시작했다.
이러한 청원인의 요청에 정부는 “아이들에게 정신적 충격을 주는 한이 있더라도, 매일 추방 할당량을 채우려는 잘못된 발상과 무능한 (법의) 실행에서 비롯된 행동을 하였다”고 판결은 질타했다.
판결문은 “미국 독립 선언문이라는 역사적 문서에 대해서도 정부가 명백한 무지를 드러냈다”며 “33세의 토머스 제퍼슨(3대 대통령)이 이제 막 탄생한 국가에 대해 권위주의적인 왕이 되려는 자에 대해 토로했던 불만들이 있었는데 우리는 그 역사의 메아리를 듣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보이는 모습은 마치 제퍼슨이 우려했던 왕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을 적시한 것이다.
비어리 판사는 여기에서 수정 헌법 4조 전문을 판결에 담았다. 부당한 수색, 체포, 압수로부터의 보호를 규정한 것이다.
비어리 판사는 연방 이민 당국이 체포에 자주 사용하는 ‘행정 영장’도 비판했다. 이 영장은 판사의 서명이 필요하지 않다.
그는 ”행정부가 스스로에게 발부하는 행정 영장은 상당한 개연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이는 여우가 닭장을 지키는 격이다. 헌법은 독립적인 사법관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비어리 판사는 “요즘 인간의 행동을 관찰해 보면, 우리 중 일부에게는 제멋대로인 권력욕과 그 추구를 위해 자행하는 잔혹 행위가 한계가 없고 인간적인 도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법치주의는 저주를 받았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비에리는 리암과 그의 아버지가 복잡한 미국 이민 제도 때문에 결국 추방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하지만 “그러한 결과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책보다 더 질서 있고 인도적인 정책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방이 이뤄져도 법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비어리 판사는 판결문의 마지막을 헌법 기초 위원이었던 벤저민 프랭클린이 1787년 9월 17일 제헌 회의에서 했던 말로 마무리했다.
“프랭클린, 우리에게 남은 게 뭐죠?” “공화국입니다. 당신들이 지켜낼 수만 있다면 말이죠”
건국의 아버지들이 헌법을 만들면서 결국은 공화국은 누군가 지켜야만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비어리 판사의 이례적인 결정문은 그가 서명을 한 뒤에 붙인 사진과 성경 구절로 마무리됐다.
서명 아래에 리암이 연행되기 직전 사진을 삽입하고 마태복음 19장 14절과 요한복음 11장 35절을 밑에 달았다.
마태복음 19장 14절은 이렇다.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어린이들을 그냥 놓아두어라.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마라. 사실 하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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