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한국을 변화시킨 '말'로 읽는 현대사…'할 말이 있다'

기사등록 2026/01/28 19:43:26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문학과 예술은 정권의 장식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저 죽음을 다시 죽이지 말아주기 바란다" "8·15는 민족이 해방된 날이 아니라 친일파가 해방된 날이다"

이 문장들은 단순히 멋있는 문장이 아니다. 친일 청산을 막으려는 권력 앞에서 독재정권이 입을 틀어막던 시대에 독립운동가, 학자, 작가, 정치인, 시인, 종교인, 기자, 학생 등이 양심과 목숨을 걸고 쓴 글 또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이런 말을 했을까.

신간 '할 말이 있다'(달빛서가)는 해방 80년 동안 대한민국을 움직인 글과 말 53편을 담은 책이다. 이 위대한 문장들을 누가 언제 발표했는지와 함께 역사적 의미를 짚어 주고, 그 내용을 설명한다. 웅장하고 가슴 뛰게 했던 '명문'의 원문도 함께 소개한다.

이 책은 '좋은 글'이나 '위대한 글' 53편을 모은 단순한 '명문집'이 아니다. 이 말들은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문학적으로 역사를 생생하게 담고 기록했다.

시대를 이끌어 갔으나 우리가 주목하지 않았던 '살아 있는 말'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 현대사를 제대로 다시 읽을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학술서나 교과서가 담지 못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긴 '명문'으로 올바로 읽는 한국 현대사다.

"광복 80년 동안 한국 사회의 중요한 시기에 발표된 명문을 살피기로 하면서 나름의 원칙을 세웠다. 18세기 프랑스의 뷔퐁이라는 사상가는 '글은 사람이다'라고 했다. 아무리 글이 명문이라도 독재자와 그 부역자, 변절자들의 작품은 제외했다. '검의 칼끝은 부러져도 펜촉은 부러지지 않는다'라는 인도의 격언과 '펜을 가지고 쓰인 것은 도끼로도 부수지 못한다'라는 영국의 잠언이 있듯, 펜(붓)의 작품, 글의 역할과 정직한 말의 힘은 무한하기 때문이다." (머리말 중)

책의 첫머리는 1945년 광복 직후 혼란 속에서 민족의 단결과 새로운 국가 건설을 강조했던 여운형의 첫 연설문과 27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새로운 희망을 역설했던 김구의 귀국 성명으로 시작한다.

또한 분단과 독재에 맞서 싸운 이들뿐만 아니라 민족을 위한 길을 제시한 선각자들, 여성 운동, 노동 운동, 환경 운동 등 각 분야에서 정의를 위해 목소리를 낸 이들의 글까지 폭넓게 다룬다.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가 수많은 이들의 용기와 희생, 그리고 말(글)의 힘으로 이뤄졌음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저자인 김삼웅은 독립운동사 및 친일반민족사 연구가로, 현재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대한매일신보'(현 서울신문) 주필을 거쳐 성균관대에서 정치문화론을 가르쳤으며, 4년여 동안 독립기념관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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