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제도 개편 정책토론회
과거 선례·가산 등 시사점
업계 "파괴적…재논의해야"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이번 약가제도 개편은 제약업계에 너무 파괴적인 제도입니다. 본질적으로 실패가 기본값인 산업인데, 예측 가능하지 않으면 투자 자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윤재춘 대웅제약 부회장)
26일 국회 '약가제도 개편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에서 산업계 주요 인사들이 참여해 약가 개편에 대해 업계 피해가 커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번 토론회는 국민의힘 백종헌, 한지아, 안상훈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주관했다.
정부는 신규 제네릭의 가격을 오리지널 대비 40%대(현재 53.55%) 수준에서, 기등재 의약품 중 인하 대상 품목에 대해 40%대 수준으로 순차 인하할 예정이다.
이에 업계는 신약 연구개발(R&D) 투자 위축 및 자국 생산 포기, 고용 불안 등 수많은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고 했다. 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약가 인하 폭을 축소하고, 약가 인하 시기는 예측 가능하도록 중장기적이면서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관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약가제도 개편(안)이 국민보건에 끼치는 영향 분석'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변호사는 지난 2012년 도입된 일괄약가 인하 제도와 이번 개편안이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박 변호사는 "2012년 정책 시행 직후 약제비 지출이 유의미하게 감소했으나 이후 다시 증가해 제도 시행 후 2년 종전 수준으로 반등했다"며 "약가 인하 대상이 아닌 제품의 생산 비중 증가에 따라 소비자 부담이 증가해 결국 국민건강보험 재정감소 기대 효과가 미비했다"고 평가했다.
시장 연동형 실거래가 제도도 지난 2010년 도입 후 약 4년만에 폐지된 시장형 실거래가와 유사하다고 짚었다.
당시와 유사한 문제로 제약산업의 매출 피해는 확실하나 건강보험 재정절감은 불확실하고, 실거래가 차이로 병원별 다른 본인부담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약가제도 개편이 국내 제약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즉각적이고 명확한 반면 혁신성을 고려한 우대는 제한적"고 말했다.
김현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지속가능한 약가제도 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변호사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만이 제네릭을 공급하는 회사가 신약도 개발한다"며 "이번 개편안이 우리 고유의 장점을 퇴색시킬 수 있으며 제약산업의 지속가능성까지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2012년 약가 제도 개편과는 다른 상황인 게 팬데믹을 거치며 중국, 인도 중심으로 원료의약품 산업이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간 이후 제네릭 의약품은 모든 나라에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제네릭 사업은 신약 개발의 밑거름이자 국민 보건 기본 중추가 되는 인프라이기에 안정적으로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약가 가산에 대해서도 "상위 30%만 68%이고 하위 70%는 기존보다 훨씬 더 적은 가산밖에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공백이 많아 제도의 실효성이 낮다고 전했다.
이어지는 패널토론에서는 주요 제약기업 임원과 학계, 정부, 환자단체 인사가 참가했다.
윤재춘 대웅제약 부회장은 "약가를 53%에서 40%대로 인하한다고 하면 실질적으로는 20%의 인하가 되는 상황"이라며 "어느 산업도 이런 충격을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윤 부회장은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글로벌로 나아가야 하는 중요한 시점인데, (약가 인하로)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져 외국 제약사에 종속되는 문제가 생긴다"며 "아직까지 국내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제약회사가 없다"고 말했다.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는 "개편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국가적 손실도 초래할 수 있다"며 제네릭 의약품 가격 인하를 주도했던 주요 선진국 사례를 제시했다.
지난 2024년 코트라 발표에서 약가 인하를 단행한 일본의 경우 제네릭 의약품의 23.1%인 4064개 품목이 공급 부족 및 생산 중단했다. 유럽 의약품청(EMA)에서 발표한 프랑스의 경우 신규 제네릭의 15%만이 프랑스에서 생산되며, 전체 제네릭의 30%만이 자국 내 생산된다.
이어 김 대표는 "약가 인하 여파는 매출 상위 기업에 집중된다"며 "매출 상위 기업의 경우, 혁신 생태계로 전환과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음에도 정책적 동기도 없는 상태에서 인하의 최대 피해자로 전락한다"고 지적했다.
조용준 한국제약협동조합 이사장은 중소·중견 제약사들에 대한 위협에 대해 설명했다.
조 이사장은 "대기업처럼 대규모 자본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너릭은 신약 개발을 위한 유일한 자금줄"이라며 "이번 약가 인하 대상 품목에 70% 이상이 중소, 중견 제약사가 보유하고 있어 품목 수와 영업이익 감소 폭 측면에서 체감 부담이 가장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곧 중소 중견 제약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바이오벤처들의 자금난과 산업 전체의 혁신 동력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이사장은 "우리나라 제약 산업의 공급망 붕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수익성이 악화되면 국산 의약품 공급 측면으로 이어져 국민 건강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연숙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양보할 수 없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위기 의식을 토대로 약가 개선 방안을 검토했다"며 "단순히 기존 절감 목표 중심의 제도 개편이 아닌 구조 개편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약이나 필수 의약품 접근성 강화를 위한 재원으로 모두 활용될 예정"이라며 "만성질환자 증가 추세 등 영향으로 오리지널 약가 수준은 점차 올라가는 방향성을 가질 거라는 예상으로, 40%대라는 산정률도 현재나 과거 수준의 것과는 다른 측면으로 봐야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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