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 4개월째 8%씩↑…수익증권 타고 풀린 돈 4500조 육박
해외 유출 대신 국내 증시로…국내 투자 유인책 마련 목소리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시중 통화량이 4500조 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가파르게 늘어난 유동성으로 화폐 가치가 하락하자, 부동산 규제를 피해 증시로 몰려든 투자 자금이 코스피 랠리를 뒷받침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풍부해진 유동성이 해외 증시나 부동산 투기로 흐르지 않도록, 국내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유도하는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제언한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광의통화(M2) 평잔은 4498조원(수익증권 포함 구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8.4% 증가한 수치다. 특히 시중 통화량 증가율은 지난해 8월 이후 4개월 연속 8%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외에도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통화 지표다. 구 지표에는 수익증권도 포함된다. 이 수치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것은 언제든지 부동산이나 증시 등에 투입될 ‘대기 자금'이 넘쳐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넘치는 자금은 5000선을 넘나들며 랠리를 보이는 코스피의 버팀목이 됐다. 주식 투자를 위한 실탄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해 초 50조원 수준에서 12월 말에는 사상 처음으로 90조원 선을 돌파해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과 증시 부양책에 힘입어 갈 곳 잃은 대규모 자금이 증권 시장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가계의 자금 운용 패턴 변화도 뚜렷하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M2 증가율 8.4% 중 수익증권의 기여도는 3.4%포인트로 전체의 절반에 달한다. 가계의 정기 예·적금은 전월 대비 12조 3000억원 줄었다. 저금리에 예금의 매력이 떨어지자 개인들이 대거 ETF(상장지수펀드)를 포함한 수익증권 등 증시 주변으로 눈을 돌렸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문제는 풍부해진 유동성이 부동산 규제를 피해 증시로 흘러들고 있지만 국내 증시뿐만 아니라 해외 증시로도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1636억 달러로 1년 전보다 46% 급증했다. 올해 1월 보관액은 이미 1718억 달러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풍부해진 유동성이 부동산 등 비생산적 자산으로 흘러가 가격 거품을 형성하기보다, 자본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이 국가 경제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해외 증시보다는 국내 증시 유입을 유도해 국내 기업들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돕고,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현재의 자금 흐름을 ‘규제에 따른 비자발적 이탈'과 ‘증시 쏠림'으로 진단했다. 김 교수는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및 대출 규제에 막혀 국내 주식뿐만 아니라 해외 증시로도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내 자금이 해외로 대거 이탈할 경우 외환 시장에 압력을 가해 고환율 문제를 야기하는 등 거시 경제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막대한 자금이 국내 증시로 환류될 수 있도록 유도해,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돕고 투자 확대로 이어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질적 체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중 유동성이 과잉된 상태에서 해외 투자와 국내 증시 투자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단순한 자금 유입을 넘어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강력한 주주 환원 정책 등 실질적인 유인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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