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은 수사 받는데…경기도의회, 또 국외출장 가려다 취소

기사등록 2026/01/23 16:40:01 최종수정 2026/01/23 18:47:27

'지방선거 있는 해 출장 제한' 조례 위반 소지

"무책임…수사받는 공무원 생각은 안해" 비판

경기도의회 광교신청사. (사진=경기도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경기도의회 국외출장 관련해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경찰 수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의원들이 또다시 출장을 추진하다 취소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의원 국외출장 지원업무를 맡았던 직원들이 수사를 받는데다 임기 마지막 해 특별한 사유가 없는 국외 출장은 제한된다는 조례가 있는데도 무책임하게 추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도의회는 친선의원연맹 공무국외출장으로 1월5~8일 대만 타이페이시, 1월19~22일 일본 가나가와현, 2월21~26일 호주 퀸즐랜드주 등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국외출장을 준비하던 시기는 지난해 11~12월로, 당시 도의회 직원 10여 명이 관련 수사를 받고 있었다.

더군다나 '경기도의회 의원 공무국외출장에 관한 조례'는 특별한 사유 없이 임기만료에 의한 지방의회 의원 선거가 있는 해에 공무국외출장을 계획하는 경우 의장이 공무국외출장을 제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도의회가 관련 규정을 검토하면서 '특별한 사유의 범위'에 대한 법률자문을 구한 결과 "외국 정부 주최 공식 행사 초청 등 교류활동의 시급성과 불가피성이 객관적으로 소명되고, 출장을 가지 않으면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 등"으로 한정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 같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데도 국외출장을 허가할 경우 조례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행정안전부에서도 같은 해 11월26일 지방의회 의원 임기가 1년 이하로 남은 경우 국외 출장은 외국정부 초청, 국제행사 참석, 자매결연 체결 등 불가피한 경우에만 허용한다는 내용의 '지방의회의원 공무국외출장 규칙 표준' 개정안을 마련해 모든 지방의회에 권고했다.

해당 출장 일정은 '공무국외출장 심사위원회'에서 제동을 걸면서 결국 모두 취소됐지만, 안팎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공무국외출장을 강행하려고 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5일 열린 '대만 타이베이시 국제친선의연맹 공무국외출장' 심사위원회는 시급성,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공무국외출장이 필요한 특별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안건을 부결시켰다. 이에 나머지 2건도 취소됐다.

도의회에서는 최근 관련 수사 받던 공무원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런 상황에서 의원들이 공무국외출장을 가려 했다는 사실이 회자되며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공무원 15명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지만, 입건된 도의원은 한 명도 없다.

의원 지원 업무를 담당했다는 이유로 직원들이 수사를 받고 있는데, 수사선상에서 벗어난 의원들은 죄책감 없이 조례를 위반한 국외출장을 가려고 했다는 부분에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경기도청·도의회 공직자 익명 커뮤니티 와글와글에 올라온 글에는 "의원들은 다 빠져나갔다고 하더라" "의원들은 오늘도 산으로 들로 놀러다니면서 공무원한테 목줄 채우고 질질 끌고 다닌다" 등 도의원들을 향한 불만이 표출됐다.

한 공직자는 "아무리 본인들이 수사를 받지 않는다고 해도 이렇게 무책임하게 움직일 수 있나. 국외출장을 가면 한정된 예산에서 준비를 해야 하는데, 수사를 받는 직원들이 다시 그 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이 많았다. 의회 가족이라면서 말뿐이고, 수사 받는 직원들 생각은 하지 않는다. 공감능력이 없는 사람들 같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공직자는 "안타까운 죽음이 알려진 날에도 도의원들은 상임위원회 연찬회에서 술잔을 돌리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내가 죽어도 이 사람들은 이러겠구나' '다른 직원을 채워서 아무렇지 않게 지내겠지'라는 생각에 환멸감이 들었다. 본인들 출장 문제로 생긴 일인데 남일처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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