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산재보험금 구상금 청구 소송서
"두 사람, 위험을 공유하는 관계가 산재보험 기준"
대법, 파기·자판…2008년 이후 판례 모두 바꿔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2일 오후 근로복지공단이 지게차 운전기사 이모씨와 지게차 임대인 김모씨를 상대로 산재보험금을 물어내라며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로 확정 판결(파기자판)했다.
이씨는 지난 2017년 2월 상주-영천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건설공사장에서 지게차를 운전하며 철근을 내리다가 사고를 내 협력업체 근로자를 다치게 했다.
협력업체 근로자인 A씨가 이씨에게 수신호를 하며 철근 받침목을 수정하려던 중에 지게차에 실려 있던 철근 묶음 일부가 A씨의 머리 위로 떨어진 것이다.
이 사고로 A씨는 목뼈 골절 및 척수 손상을 입고 그해 6월부터 산재보험금을 받았다. 또 장해 판정을 받아 2020년 6월부터 보상연금을 지급 받는 중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지게차 운전기사인 이씨와 지게차 임대인이자 이씨의 고용주 김씨가 A씨 보험금을 물어낼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 피해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대위(代位)한다는 산재보험법 87조 1항을 근거로 삼았다.
사고를 당한 A씨는 협력업체 소속으로, 원청을 통해 산재보험에 가입했다. 지게차 주인인 김씨는 협력업체와 맺은 임대계약에 따라 이씨를 현장에 보내 지게차를 운전하도록 했다. 협력업체는 김씨에게 시급 6만원의 임대료를 지급했고, 이씨는 30%를 받았다.
정리하면 공단은 운전기사인 이씨가 협력업체 또는 보험 가입 주체인 원청에 직고용되지 않았던 만큼 보험금을 구상할 수 있는 '제3자'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씨를 고용한 사용자인 지게차 주인 김씨도 감독을 제대로 못해 보험금을 구상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주심 노태악 대법관을 비롯한 11인의 다수 의견은 산재보험금을 공단이 대위(代位)할 수 있는 범위는 보험료 부담 관계가 아니라 '업무상 재해에 관한 공동의 위험 관계 형성'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봤다.
노 대법관은 "산재보험 제도는 보험 가입자인 사업주가 납부하는 보험료와 국고 부담을 재원으로 업무상 재해라는 사회적 위험을 보험 방식에 의해 대처하는 사회보험 제도"라고 다수의견의 취지를 밝혔다.
그는 "개인적 부주의를 넘어 사업에 내재하는 위험에 의해 발생하는 업무상 재해의 특성이 투영돼 있다"며 "산업과 사회 전체가 업무상 재해의 위험과 그 비용을 분담하도록 해 사회 전체의 갈등과 비용을 줄여 안정적인 산업 발전과 경제 성장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보험 관계의 단위를 달리한다는 형식적인 이유로 공단의 대위권 행사를 허용함으로써 위험을 함께 감수한 가해자에게 업무상 재해로 인한 책임을 전적으로 귀속시키는 것은 사업에 내재하는 위험을 불합리하게 외주화하는 결과를 야가힌다"고 밝혔다.
1심과 2심은 모두 공단 측 주장을 받아들여 이씨와 김씨가 함께 A씨에게 지급된 보험급여에서 A씨의 과실(50%), 협력업체의 과실(60%) 비율을 뺀 만큼의 금액을 공단에 물어줄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은 이씨와 김씨가 '위험을 공유한 관계'이므로 제3자라 볼 수 없다고 판단, 원심 및 1심 판단을 모두 파기하고 스스로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은 앞서 2008년 4월 이후 유사한 사건에서 공단의 구상권 행사를 인정하는 판례를 내 왔으나, 이날 판결과 배치되는 판례를 모두 변경하기로 했다.
다만 오석준, 서경환 대법관은 별개의견을 내 다수의견에는 동의하나 "제3자는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와 함께 직·간접적인 산재보험관계가 없는 사람"으로 정의한 기존 판례가 합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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