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시스] 이상제 기자 = "손이 곱아도 괜찮아요. 어르신들이 기다리고 계시잖아요."
22일 오전 11시40분께 대구 달서구 두류네거리 인근 사랑의밥차 무료급식소.
아침 기온이 영하 11도까지 떨어지며 강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매서운 칼바람도 가세해 도심 전체가 꽁꽁 얼어붙었지만, 나눔의 현장만큼은 온기로 가득했다.
점심 배식 시간이 다가오자, 급식소 인근에는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로 무장한 시민들이 따뜻한 한 끼를 먹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섰다.
찬 바람에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시민들은 봉사자들이 건네는 따뜻한 밥과 국 한 그릇에 금세 얼어붙은 몸을 녹였다.
일회용기에 밥과 국을 받은 시민들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두르느라 국물 옷과 바닥에 쏟기도 했다.
봉사자들의 입가에는 하얀 입김이 끊이지 않았고 고무장갑 위로 찬물이 튈 때마다 짧은 탄식을 내뱉으면서도 쉼 없이 밥과 국을 시민들에게 제공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는 음식을 직접 배달했다.
현장에서 만난 봉사자 최모(55)씨는 "날이 너무 추워 재료 손질부터 평소보다 배로 힘들지만, 이 추운 날 한 끼 식사가 더욱 절실할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멈출 수 없다"며 붉게 상기된 얼굴로 웃어 보였다.
구미란(60대·여) 행복나눔봉사단 회장은 "어르신들이 우리보다 더 먼저 와 급식받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고 계시니 춥지만, 그분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대접해야겠다는 생각만으로 밥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급식을 받는 시민 중 이 한 끼가 하루 식사인 사람도 있어 그런 분을 보고 매번 봉사하고 있다"며 "이른 아침부터 추위에 덜덜 떨며 재료를 손질해 만들어진 음식을 어르신들이 맛있게 드실 때 정말 행복하다"고 밝혔다.
올해로 22년째 사랑해밥차를 운영하는 최영진(68) 대표는 "추위가 심할수록 소외된 이웃들의 겨울은 더욱 고달프다"며 "앞으로도 날씨와 관계없이 지역사회의 따뜻한 생명 망 역할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식사를 마친 박모(78)씨는 "집에 있으면 보일러 켜기도 겁나고 쓸쓸한데, 여기서 따뜻한 국물을 마시니 살 것 같다"며 "이 추위에 우리 같은 노인들을 위해 고생하는 봉사자들이 참 고맙다"고 전했다.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대구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1도, 낮 최고기온은 0도로 예보됐다.
대구기상청 관계자는 "강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낮겠다"며 "급격한 기온 변화와 낮은 기온으로 인한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i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