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중산층 정체 속 부유층 질주, K자형 격차 확대
AI 투자 열풍, 주식 가진 부자들만 수혜…임금 상승률도 고소득층이 3배 높아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미국 상위 1%의 자산이 하위 90%의 자산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중산층은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부유층만 질주하는 'K자형 경제'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현지 시간) CBS가 인용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기준 미국 상위 1% 가구는 전체 부의 31.7%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가 보유한 자산 규모는 약 55조 달러(약 8경 701조 5000억 원)로, 미국 하위 90% 가구가 보유한 자산을 모두 합친 수준이다. 상위 1% 부의 집중도는 연준이 가계 자산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잰디는 "미국의 가계 자산은 극도로 집중돼 있으며, 그 집중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의 불평등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미국의 구조적 문제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부자와 빈자의 격차가 더욱 가팔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 지표에서도 이런 격차는 분명하게 드러났는데, 2025년 2분기 기준 소득 상위 10%가 미국 전체 소비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격차 확대의 핵심 원인 중 하나는 주식시장 강세가 꼽힌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힘입어 지난해 증시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는데, 주식과 금융자산 비중이 높은 고소득층일수록 상승장의 수혜를 집중적으로 누렸다.
실제 갤럽 조사에 따르면 주식을 보유한 미국인의 87%는 연소득 10만 달러(약 1억 4683만 원) 이상 가구에 속해 있다. 반면 중산층은 자산의 상당 부분이 주택에 묶여 있지만, 최근 주택 가격 상승세는 둔화되고 있다. 저소득층은 높은 부채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임금 상승의 격차도 불평등을 키우는 요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2월 기준 고소득 가구의 임금 상승률은 3%였던 반면,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각각 1.5%, 1.1%에 그쳤다.
다만 이 같은 자산 격차 확대는 미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국제 구호단체 옥스팜(Oxfam)이 이번 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억만장자들의 자산 증가는 지난 5년 평균 연간 증가 속도의 세 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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