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재준 기자 = 유럽연합(EU) 입법기관인 유럽의회는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관련 관세 위협에 반발해 미국과 체결한 무역협정의 승인 절차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신화통신과 NBC 등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21일 성명을 통해 미국의 지속적이고 커지는 관세 위협으로 인해 미·EU 무역협정에 대한 공식 승인과 이행 작업을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유럽의회 국제무역위원회(INTA) 베른트 랑게 위원장은 “그린란드와 덴마크, 그리고 유럽의 동맹국들을 상대로 하는 미국의 관세 위협을 포함한 압박이 계속되고 확대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협정 관련 작업을 멈출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대립이 아닌 협력의 길로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 협정을 진전시키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랑게 위원장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는 “우리의 주권과 영토 보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평상시와 같은 업무 진행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적었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8일 EU 회원국 7개국과 영국에 대해 미국이 그린란드를 통제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경우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데 맞대응한 것이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으로, EU는 이를 회원국의 영토 문제로 간주하고 있다.
앞서 미·EU 무역협정은 지난해 7월 EU 집행위원회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이 스코틀랜드 턴베리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장을 방문했을 당시 타결됐다.
협정의 핵심은 EU산 대부분 수입품에 적용되는 미국 관세를 최고 15%로 상한 설정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주요 교역 상대국에 적용한 관세율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한 일반의약품(제네릭 의약품) 등 일부 EU산 제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전면 철폐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미국의 최대 교역 상대인 EU는 미국산 일부 상품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기로 했다. 미국 농업 및 산업 기업들이 27개 회원국으로 이뤄진 EU 단일 시장에 제품을 판매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
당시 EU 집행위는 “협상 타결이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회복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관세 위협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21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설에서 “정치든 비즈니스든 합의는 합의”라며 “친구끼리 악수했다면 그 악수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의회는 현재 미국산 제품에 대한 다수의 EU 수입 관세를 철폐하는 입법안과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합의한 미국산 랍스터에 대한 무관세 조치 연장안을 논의 중이다.
이들 법안은 유럽의회와 EU 회원국 정부의 승인이 모두 필요하다.
유럽의회 국제무역위원회는 애초 1월26∼27일 협정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결로 정할 예정이었으나 해당 일정은 미뤄졌다.
랑게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관세 위협으로 인해 턴베리 합의가 사실상 파기됐다”며 “추후 통지가 있을 때까지 협정을 보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협정 승인 연기가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해 미국의 추가 관세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협정이 발효되기 전까지 주류나 철강 관세 인하 등 어떠한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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