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한민아 인턴 기자 =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된 전시 작품을 훼손하며 항의한 미국 알래스카 대학생이 재물 손괴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미술 전문 매체 피네스트레 술라르테(Finestre sull’Arte)에 따르면, 알래스카 페어뱅크스대(UAF) 학부생 그레이엄 그레인저는 13일(현지시간) 교내 갤러리에서 전시 중이던 AI 생성 이미지들을 뜯어내 입에 넣는 행위를 벌이다 현장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전시된 160점 가운데 최소 57점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훼손됐다고 판단했다.
사건 당시 전시장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대학 경찰이 투입돼 그레인저에게 수갑을 채운 뒤 인근 교정시설로 연행했다.
대학 측은 훼손된 공간에 대한 위생 및 안전 문제를 우려해 유해물질 대응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레인저는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행동이 항의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사에서도 해당 전시물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언급하며, 해당 방식의 예술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훼손된 작품은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인 닉 드와이어의 작업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허구의 기억과 정체성이 형성되는 과정을 시각화한 연작이다.
드와이어는 전시 설명을 통해 인간과 AI의 상호작용이 개인의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했다고 밝혔다.
해당 작품의 작업자 드와이어는 이후 학생 커뮤니티와 온라인 공간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기술에 대한 비판과 타인의 창작물을 파괴하는 행위는 구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건을 둘러싼 온라인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AI를 활용한 예술 역시 창작자의 개입과 의도가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보호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AI 생성물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며 그레인저의 행동을 일종의 퍼포먼스로 해석하는 시각도 제기됐다.
한편 이번에 문제가 된 전시는 여러 학생 작가들이 참여한 학내 기획전으로, 회화·사진·디지털 작업 등 다양한 형식의 결과물이 함께 소개됐다.
전시를 주관한 학교 측은 이 전시가 완성도보다는 실험과 질문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으며, 학생들이 새로운 기술과 매체를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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