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룸 확보 속도전…메모리 업계, 증산 총력

기사등록 2026/01/21 07:00:00 최종수정 2026/01/21 07:08:24

마이크론, 대만 PSMC 클린룸 인수에 2조 투입

메모리 산업 시간싸움…삼성·SK도 조기단축 노려

[서울=뉴시스]11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10일(현지시간) HBM4 36GB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출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진=마이크론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메모리 공급 부족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공격적인 생산능력 확장에 나섰다.

메모리 시장은 인공지능(AI) 열풍이 일으킨 사상 초유의 '슈퍼사이클'의 초입에 들어선 가운데 클린룸(Clean Room·청정실) 부족이 생산 병목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클린룸은 먼지·미생물·미세입자 등 오염을 엄격히 제어해 깨끗하게 유지되는 특수 실내 공간이다.

누가 먼저 '클린룸'을 확보하느냐는 이제 시장 주도권 확보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업체들도 당초 계획보다 조기 생산을 목표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최근 대만 미아오리현 통루오에 위치한 파워칩반도체제조회사(PSMC)의 'P5' 제조 시설을 18억달러(2조6000억원)에 인수하는 독점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인수 거래가 완료되는 시기는 오는 2분기다.

이 시설은 PSMC가 지난 2024년 5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으로 운영할 목적으로 준공했으나, 앞으로는 첨단 D램 생산 공장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마이크론은 인근 타이중(Taichung), 타오위안(Taoyuan) 등 지역에 첨단 D램 공장을 운영 중이어서 생산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2022.09.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없으면 사오자…클린룸 확보에 시장 주도권 달린 이유
이번 결정은 메모리 산업이 사상 초유의 공급 부족 사태를 겪는 가운데 진행됐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팹 건설과 장비 반입에는 최소 2년이 소요되며, 부지 선정부터 고객 인증과 램프업(수율 증대), 최적화 등의 단계까지 고려하면 5년 이상이 걸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마이크론은 이런 상황에서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리기 위해 이미 지어진 공장을 인수하기로 하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마이크론은 이번 인수로 신규 공장 건립 없이도 축구장 네 개에 해당하는 2만8000㎡ 크기의 클린룸을 확보하게 됐다.

당초 이 공장에 12인치 웨이퍼 환산 월 5만장 규모의 생산 라인이 구축될 예정이었던 만큼 마이크론은 이번 인수를 통해 대형 공장 하나를 짓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크론은 "이번 인수로 2027년 하반기부터 의미 있는 D램 웨이퍼 생산량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SK하이닉스 1b 32Gb 기반 256GB DDR5 RDIMM. (사진=SK하이닉스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메모리 산업 '시간 싸움'으로…공장 조기 가동에 총력전
마이크론의 이번 결정은 메모리 반도체 경쟁이 '시간 싸움'으로 전환됐음을 알리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모리 가격이 끝 모를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요 둔화의 징후는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일단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PC나 스마트폰 출하량이 둔화할 수 있지만, 가격 상승에 덜 민감한 하이엔드(고급형) 제품 시장은 여전히 수요가 강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고급형 신제품은 메모리 용량 업그레이드가 함께 진행되는 만큼 동일한 생산능력에서 제품 출하량이 자연 감소하면서 공급 부족을 부추기고 있다.

메모리 업체의 고객 비중에서 데이터센터가 커지고 있다는 점 역시 수요 증가를 일으키는 원인이다. AI 서버는 일반 서버보다 8배 많은 D램이 필요하며, HBM은 일반 메모리 제조보다 웨이퍼 소모량이 3배 이상이다.

사실상 누가 먼저 클린룸을 확보하느냐에 시장 점유율이 달린 상황인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공장 가동 시기를 앞당기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청주 M15X 신공장의 클린룸을 조기 준공하고, 가동에 들어간 상태다. 이 공장에선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원재료인 첨단 D램 칩이 양산된다. 이어 SK하이닉스는 내년 5월로 예정됐던 용인 클러스터 1기 팹의 가동 시기도 수개월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 역시 평택캠퍼스 P4(4공장) 페이즈4(4단계 생산구역) 준공 시점을 당초 2027년 1분기에서 올해 4분기로 앞당기는 것을 추진 중이다.

이 공장은 당초 파운드리 생산 시설로 예정돼 있었는데, 메모리 수요 폭증에 대비해 첨단 D램 공장으로 전격 전환됐다. 계획대로면 오는 9월께 클린룸 공사가 끝나, 최대 6개월가량 공장 가동이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