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병합·관세 위협에 EU "1000억 달러 보복 관세" 맞대응 검토
관세 비용 96%는 미국 몫…공급망 붕괴와 자본 유출 우려 확산
세처 경제학자 "유럽 수익 없으면 미국 기업 수익성·AI 패권도 휘청"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구상과 유럽 국가들을 겨냥한 관세 위협이 미국 경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9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 참석한 유럽 지도자들은 보복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지난해 체결된 미·EU 무역 합의 비준을 미루는 방안과 함께 1000억 달러(약 147조 6600억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검토 중이다. 아울러 미국 다국적 기업의 유럽 내 공공 계약 입찰을 제한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외교협회의 브래드 세처 경제학자는 "유럽의 대응은 정치적 압박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것"이라며 과거 버번위스키와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농산물 등이 보복 관세의 표적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유럽 여러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관세는 2월 10% 부과를 시작으로 6월 25%로 인상하는 계획이다.
◆AI 투자 재원까지 흔들리나…긴밀하게 얽힌 미·유럽 경제의 균열
경제학자들은 보복 관세가 미국을 즉각적인 경기 침체로 몰아넣지는 않겠지만, 성장 둔화와 제조업 추가 타격, 소비자와 기업의 비용 부담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24~2025년 미국 관세 비용의 96%를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부담했고, 외국 수출업체가 떠안은 비중은 4%에 불과했다.
장기적으로는 미·유럽 관계 악화로 유럽이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다른 지역과의 교역을 확대할 수 있으며, 이는 대서양 양측의 번영을 이끌어온 관계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메리 러블리 선임연구원은 "궁극적으로 미국 기업들이 유럽에 덜 팔게 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중국 등 경쟁국 기업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며 "한번 형성된 새로운 거래 관계는 되돌리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경제는 긴밀하게 얽혀 있다. EU는 미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며, 미국 기업들도 유럽에서 소프트웨어, 금융상품, 석유 등을 판매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필립 럭 경제 프로그램 국장은 "이보다 더 깊은 무역 관계는 사실상 없다"며 "현재 진행 중인 인공지능(AI)와 데이터센터 구축 역시 유럽 등 해외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재원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美 달러·증시·제조업까지 흔들릴 수 있어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무역 전쟁을 넘어 유럽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채권 투자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달러 약세와 미국 증시 하락, 차입 비용 상승이 나타날 수 있으며, 차입 비용 증가는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를 위축시켜 성장 둔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 공급망과 깊게 얽힌 제조업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많은 미국 공장은 유럽산 기계·부품에 의존하고 있어 관세는 곧바로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지역 중 하나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턴버그다. BMW 공장이 위치한 이곳은 약 1만2000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으며, 생산 차량의 절반 이상을 유럽으로 수출한다. 보복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생산 축소 가능성 제기된다.
유럽이 '반강압 수단(anti-coercion instrument·ACI)', 이른바 무역 '바주카포'를 가동해 미국 서비스·투자를 겨냥할 경우,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이는 무역을 무기로 한 정치적 압박에 맞서기 위한 EU의 '최후의 대응 카드'로, 발동 시 제약·기술 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으며 애플처럼 유럽에 지식재산권과 수익을 집중시킨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세처 경제학자는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기업들의 사업에는 유럽이라는 중요한 축이 있다"며 "이를 건드릴 경우 미국 기업의 글로벌 수익성과 주가, AI 투자 여력까지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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