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추기경 3명, 트럼프의 외교 정책 도덕적 문제 지적 성명

기사등록 2026/01/20 04:06:43 최종수정 2026/01/20 06:00:24

“美 출신 교황과 추기경의 지적, 전임 프란치스코보다 더 미국에 호소력”

“전쟁 외교 정책 수단이나 특정 국가 부 증대에 사용되어서는 안돼”

[바티칸=AP/뉴시스] 레오 14세 교황이 4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이 내려다 보이는 발코니에서 주일 삼종기도를 하고 있다. 교황은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구금 사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베네수엘라의 주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6.01.20.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 합병 의지를 분명히 한 가운데 미국의 추기경 3명이 모두 미국의 외교 정책에 도덕적 문제를 제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 세 명의 가톨릭 대주교가 미국의 군사력 사용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도덕적 역할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시카고 대교구의 블레이즈 쿠피치 추기경, 워싱턴 D.C. 대교구의 로버트 맥엘로이 추기경, 뉴어크 대교구의 조셉 토빈 추기경은 19일 발표한 성명에서 다자주의의 쇠퇴를 개탄한 교황 레오 14세의 발언을 다시 강조했다.

대주교들은 “올해 미국은 냉전 종식 이후 세계에서 미국의 행동에 대한 도덕적 기반을 둘러싼 가장 심오하고 격렬한 논쟁에 돌입했다”며 “베네수엘라, 우크라이나, 그린란드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군사력 사용과 평화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달 초 교황청 주재 대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 연례 외교 정책 연설에서 레오 14세 교황은 “모든 당사자 간의 대화를 촉진하고 합의를 추구하는 외교가 개인이나 동맹국 집단의 무력에 기반한 외교로 대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레오 교황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확립된, 국가가 타인의 국경을 침범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이 완전히 훼손됐다”고 밝혔다.

WP는 세 명의 대주교 성명은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공 5년째에 접어드는 우크라이나 전쟁도 언급했지만 초점은 미국에 맞춰졌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의 정책을 염두에 두었다는 것이다.

이들 3명은 현재 미국 교구를 이끄는 유일한 세 명의 미국인 추기경이다.

WP는 미국 출신인 레오 교황과 이들 3명의 추기경들의 비판은 프란치스코 전 교황의 비판보다 미국인들이 일축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종종 미국에 대해 회의적이고 남반구에 뿌리를 둔 세계관을 표방하는 듯 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레오 교황과 미국인 추기경들의 발언은 이념보다 더욱 도덕적인 맥락에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관찰자들의 분석이라는 것이다.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의 교회론 교수인 마시모 파지올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반미주의의 유전적 요소가 있었다”며 “레오 교황과 미국 추기경들에게는 분명히 그런 경향이 없다”고 말했다.

맥엘로이 추기경은 WP 인터뷰에서 “전쟁은 외교 정책의 정상적인 수단이 되어서는 안되며, 특정 국가의 부를 증대시키는 데 사용되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경제적 이익을 위해 베네수엘라를 공격하고 그린란드 합병을 추진하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한 인도적 지원은 모든 국가의 의무이자 가톨릭 교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인도적 지원 및 기타 국제 원조를 대폭 삭감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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