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정밀지도 쉽게 해외 서버로 내줬다간…'제2 쿠팡 사태' 번질 수도

기사등록 2026/01/20 09:44:55 최종수정 2026/01/20 12:46:23

韓 플랫폼 규제에 압박 수위 높이는 美 정부…정부, 韓 지도 반출 고심

정밀 지도 반출 사후 제재 때 통상 갈등 불씨 보여

"해외 서버에서 옮길 경우 안보·개인정보 문제 발생시 사후 통제 쉽지 않을 수도"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미국 정치권이 한국 정부의 쿠팡 개인정보 침해사고 조사와 온라인플랫폼법(이하 '온플법') 입법을 두고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내 공간정보 업계·학계는 미 정치권의 이러한 움직임이 향후 정밀 지도 해외 반출 후 문제가 발생할 때 비슷한 통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번 주 중 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신청한 구글, 애플과 만날 계획이다.

국토부는 양사가 지도 반출이 필요한 이유를 듣고 우리 정부의 반출 조건 등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군사·보안시설 영상 이미지(위성사진 등) 보안 처리, 좌표 표시 제한, 국내 서버(데이터센터) 설치 등 3가지 조건 수용 시 축척 1대 5000 지도 국외 반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글은 영상 보안 처리와 좌표 표시 제한 조건은 수용했지만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에는 거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애플은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뜻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2026년 주요 추진과제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26.01.12. ppkjm@newsis.com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 12일 출입기자단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도 반출의 핵심은 안보 문제"라면서 "구글과 애플은 조건이 다르다. 애플과 논의가 잘 정리된다면 (애플 사례를) 확대 적용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문제 의식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이 상대적으로 정부에 협조적인 만큼 구글에도 데이터센터 설치를 설득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으로 보인다. 이번 논의 결과에 따라 향후 반출 결정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쿠팡 사태 둘러싼 美 정치권 공세…지도 반출도 '통상 변수'
[서울=뉴시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미국 의회에서 대럴 이사 미 하원의원과 면담에 잎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부 제공) 2026.01.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최근 미 정치권이 쿠팡 조사와 온플법 입법을 문제 삼아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만큼, 지도 반출 논의 역시 향후 사후 관리나 제재 국면에서 통상 이슈로 번질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지도 반출이 허용된 이후 보안·관리 문제를 둘러싼 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 정치권이 이를 미국 기업 차별 프레임으로 문제 삼을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미 하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대럴 아이사(공화·캘리포니아) 의원은 지난 12일(현지 시간) 엑스에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만난 소식을 전하며 "미국 테크 기업을 부당하게 겨냥하고 쿠팡을 불공정 대우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70년 동맹국으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13일에 미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도 한국의 디지털 규제가 미국 기업을 겨냥한 보호무역주의적 조치라는 의원들 주장이 이어졌다. 무역소위원장인 에이리언 스미스(공화·네브라스카) 의원은 "한국은 미국 기업이 차별받지 않고 불필요한 디지털 무역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키로 약속했다"며 "안타깝게도 한국이 여전히 미국 기업을 명시적으로 겨냥한 입법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캐럴 밀러(공화·웨스트버지니아) 의원도 쿠팡 경영진이 최근 한국 국회의 쿠팡 개인정보 침해사고 청문회 출석을 요구 받은 것을 두고 "최근 두 명의 미국인 경영인을 대상으로한 정치적 마녀사냥도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여 본부장은 워싱턴 D.C에서 미 정치권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만나 온플법 입법 취지와 쿠팡 사태에 대한 입장을 설명해 왔다. 하지만 미 정치권의 압박은 가라앉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청와대도 지난 18일 "쿠팡 사태는 전례 없는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해 관련 법령에 따라 관계기관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한미 간 외교·통상 이슈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미 측에도 지속적으로 이를 설명해 나갈 계획"이라며 사태 진화에 나서야 했다.

◆"정밀 지도 반출해도 과제 남아…정부 주도 사후 관리 어려울 수도"

국내 공간정보 관련 업계·학계는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정밀 지도 국외 반출 역시 향후 한미 갈등의 새로운 쟁점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한미 통상 갈등에서 지도 건은 상대적으로 전면에 부각되지 않았던 사안이다. 하지만 미 여당 강경파가 지도 반출 제한을 문제 삼고 있어 쿠팡 사례와 유사한 압박이 재연될 수 있다.

아이사 의원은 지난해 12월 보수 매체 '데일리 콜러'에 '미국 기업은 미국의 강력한 대응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구글 지도는 한국에서 운영이 금지돼 있는데 중국·쿠바·북한과 같은 국가들과 나란히 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업계·학계 관계자들은 지도 데이터가 해외 서버로 이전될 경우 사후 관리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개제한 공간정보 보안심사 규정'에 따르면 정밀 지도는 외부 인터넷망과 차단된 전용 단말기와 보호구역 내에서만 가공·활용할 수 있다. 매년 정기 보안심사와 2년 주기 갱신 심사를 받아야 한다.

네이버·카카오·티맵 등 국내 기업들은 이 규정에 따라 철저한 보안 심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해외 기업이 국내 서버를 거쳐 자사 해외 서버에서 지도를 가공·활용할 경우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감독권이 미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예컨대 해외 본사 서버에서 정밀 지도와 고해상도 위성 영상을 결합해 안보 시설을 입체적으로 시각화하거나 우리 정부가 삭제를 요청한 민감 좌표를 추출해 자사의 글로벌 인공지능(AI) 서비스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더라도 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방법이 전무하다. 다른 위치정보·광고·자율주행 데이터와 연계해 재가공하는 것도 국내 규제와 감독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지도 반출 이후 보안 위반이나 관리 미흡 등을 이유로 정부가 제재에 나설 경우 미 정치권이 이를 쿠팡 사례와 유사하게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문제 삼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lpac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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