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밀한 수작업 의존도 높아…전문성 키우는데 10년 필요해
HD현대일렉트릭, 간담회서 "증설해도 바로 생산능력 늘지 않아"
신뢰 문제로 中 외면…"전력망 문제, 국가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미국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K-변압기의 전례 없는 호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AI데이터센터를 뒷받침할 변압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병목 현상이 발생하는 실정이다.
일부 한국 업체들이 미국에서 증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변압기는 단순히 증설만으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인력 양성과 품질 인증, 납품 경험 등이 총체적으로 혼합돼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 업체들의 우위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관투자자 및 애널리스트 대상 간담회에서 변압기 시장은 생산능력 확대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사장은 공장 증설 관련 질문이 나오자 초고압 변압기 전 공정을 다룰 수 있는 생산직의 전문성을 키우는 데만 10년 이상 걸린다고 답변했다. 김 시장은 "증설을 하더라도 곧바로 생산능력이 늘어나는 구조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초고압 변압기는 세밀한 수작업 의존도가 높다는 것도 특징이다.
먼저 동각선을 감는 '권선 공정'을 시작으로 치수대로 정밀 가공·적층하는 '철심 공정'을 진행하고 철심에 권선을 조립하고 전기 회로를 구성하는 '본체 공정'을 거친다.
이어서 '진공 건조'를 통해 본체의 수분을 제거한 뒤 건조된 본체를 용접하고 절연유를 주유하는 '총조립 공정'을 거친 뒤 변압기 특성 시험을 거치는 '최종 시험'까지 거쳐야 비로소 제품이 완성된다.
초고압 변압기의 설계 이해부터 현장 조립, 시험·검증까지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는 점에서 단기간 인력 충원이나 외주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이 같은 현실 때문에 미국에 진출한 한국 업체들은 장기적인 생산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또 증설이 당장 완공되더라도 바로 가동률이 올라가기는 어렵다고 본다.
가장 먼저 미국에 진출한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 2공장의 증설을 2028년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2020년 인수한 미국 멤피스 공장의 생산 능력 50% 이상 확대를 목표로 증설을 진행 중이다. 효성중공업 역시 목표 시점을 2028년으로 잡고 있다.
LS일렉트릭은 미국 텍사스주에 생산·연구 종합 거점을 확보하고 오는 2030년까지 2억4000만 달러를 투자해 생산량을 늘려갈 방침이다.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 북미와 중동 등 글로벌 시장에서 납품 성과를 통해 안정성과 신뢰성을 검증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업체들이 중동에 많이 진출했으나 현재 가장 수요가 많은 미국 시장의 경우, 보안 이슈 등으로 중국이 아닌 국내 업체들을 선호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변압기 3사는 현재 5년치 이상 일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국내 업체로부터 변압기를 받으려면 발주해도 5년이 넘게 걸리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력망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자칫 국가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뢰적 문제로 검증된 국내 업체들을 미국과 유럽이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만크레인도 중국산을 쓰면 정보가 유출된다는 보안 우려가 미국에 여전하다"며 "데이터센터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있어 중국에 대한 견제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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