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전력망·AI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
초고압 변압기 공급 한계, 구조적 병목
한국 업체들 선별 수주로 협상력 강화
美 고율 관세도 고객사 부담 구조 정착
단기 호황 넘어 장기 공급자 우위 굳혀
17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변압기 시장의 판도 변화는 2년 전부터 시작됐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노후 전력망 교체가 본격화된 데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이 동시에 진행되며 변압기 발주가 급증했다.
반면 초고압 변압기는 생산 공정에서 수작업 비중이 높고, 숙련공 양성에만 1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 단기간 증설이 불가능한 시장 구조여서 수요는 폭발하는데 공급은 묶여 있는 상황이 고착됐다.
한국 업체들은 이 같은 상황 변화에 따른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변압기 공급 가격과 조건을 공급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수익성 낮은 물량은 과감히 줄이고, 고부가·고단가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을 정착시켰다.
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LS일렉트릭 등은 이미 글로벌 초고압 변압기 시장에서 기술력과 신뢰성을 인정받은 공급자로, 물량 확대보다 수익성을 중심으로 가격과 조건을 맞출 수 있는 고객에 생산 능력을 집중하고 있다.
가장 큰 변수였던 관세도 더 이상 치명적인 요인이 아니다.
미국은 한국산 변압기에 18~20% 수준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실제 계약에서는 이 부담의 상당 부분을 발주처가 떠안고 있다.
일부 계약에서는 관세 전액을 고객사가 부담하는 조건도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산 변압기가 아니면 필요한 시점에 설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가격 협상에서 공급자 우위가 뚜렷해진 것이다.
수익성 지표도 한결 좋아졌다.
과거 변압기 산업은 설비 투자 부담과 원자재 가격 변동에 민감해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내기 어려운 사업이었지만, 최근 마진 구조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관세 부담 완화가 예상되는 2027년 전후를 기점으로 주요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25%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는다.
다만 해결할 과제는 아직 남아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빨라지고 있어 단기적인 가격 인상에 의존하기보다 유지·보수 서비스, 디지털 모니터링 솔루션 등으로 사업 모델을 확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부가 제품 비중을 높이는 동시에 공급망 안정성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구를 충족하는 생산 체계를 갖추는 전략도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변압기 업체들이 수주를 골라 받을 수 있는 보기 드문 시기"라며 "노후 전력망 교체와 에너지 전환, AI 데이터센터 증설이 겹친 구조적 호황이어서 단기 실적보다 기술과 인력에 재투자해 우위를 장기화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eesu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