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 같진 않네"…유력 주자 잇단 불참에 동력 잃은 'K-AI' 패자부활전

기사등록 2026/01/16 09:35:09

독파모 정예팀 1곳 추가 선발에도 네이버·카카오·NC 불참

재도전 리스크 커지며 빅테크 발 빼…KT도 선택 고심

정예팀 재선발 경쟁, 스타트업 중심으로 치러질 가능성도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배경훈(왼쪽 다섯 번째부터)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 등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12.30.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이하 '독파모') 프로젝트 패자부활전이 벌써부터 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상반기 중 정예팀 1곳을 추가로 선발해 4팀 경쟁 체제를 만들려고 했으나 유력 주자로 기대했던 네이버, 카카오, NC AI가 모두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KT도 불참하면 패자부활전은 사실상 스타트업, 학계 간 경쟁이 될 수 있다. 국가대표급 AI를 만들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과 인프라를 동원할 수 있는 대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패자부활전이 제2의 정예팀을 뽑기보다는 정책 명분을 유지하기 위한 절차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뉴시스]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 중인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단계평가 결과 LG AI연구원과, SK텔레콤, 업스테이지가 통과했다.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는 떨어졌다. 당초 4개 팀을 선정할 예정이었으나 객관적 실적 뿐 아니라 독자성 평가가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3개팀만 선정됐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5일 독파모 프로젝트 1차 단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 컨소시엄이 2차 평가에 진출했으며 NC AI와 네이버클라우드 컨소시엄이 탈락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은 최종 승자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통해 우리나라 AI 기업들의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공석이 된 네 번째 자리를 탈락 컨소시엄과 그 외 역량 있는 모든 기업에게 기회를 열어 정예팀 1곳을 추가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카카오·NC AI, 불참 선언…'이미지 리스크'에 몸 사리기
[성남=뉴시스] 황준선 기자 =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사옥 모습. 2024.05.13. hwang@newsis.com

정부의 재도전 기회 부여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무엇보다 학습 데이터량이 가장 많아 AI모델 개발에 강점을 갖고 있는 국내 대표 빅테크 기업들이 잇따라 불참 의사를 밝히고 있다.

추가 공모가 재도전의 기회인 점은 분명하지만 이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 도전에서도 고배를 마실 경우 기술력보다 기업 이미지와 시장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실제 이번 1차 평가 결과가 공개된 직후 네이버와 엔씨소프트 주가가 동반 하락하는 등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곧바로 나타났다.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도 앞둔 가운데 기술력 부재가 재점화될 경우 경영진의 책임론까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추가 선발은 단순한 패자부활전이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 명분과 리스크를 동시에 감수해야 하는 선택"이라며 "네이버처럼 '금메달리스트'급 기업도 원칙에 따라 탈락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재도전에 따른 리스크가 만만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소버린 AI'(AI 주권) 선두 주자를 자처했던 네이버가 일찌감치 추가 공모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이날 "1차 단계 평가에 대한 과기정통부 판단을 존중한다. 향후 AI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추가적인 상처를 남기기보다는 국가 프로젝트와는 별도로 자체 AI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겠다는 선택으로 해석된다.
[서울=뉴시스] 카카오 사옥. (사진=카카오 제공) 2026.01.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 불참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곳은 카카오였다. 카카오는 지난해 정예팀 공모에 참여했으나 타 컨소시엄과의 경쟁에서 밀려 정예팀에 선발되지 못했다.

카카오가 최근 공개한 '카나나-v-4b-하이브리드' 모델은 AI 학력 평가 벤치마크 '코넷(KoNET)'에서 92.8점의 고득점을 기록했다. '독파모' 재도전에 대한 기술적 명분은 확보했으나 최종적으로 재공모에 참여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재도전 실패 시 따를 이미지 실추와 시장의 부정적 반응을 우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뉴시스] NC AI가 독자적인 ‘산업 특화 AI’를 공개했다. 사진은 30일 대국민 보고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NC AI 이연수 대표. (사진=NC A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네이버와 함께 1차 평가에서 탈락한 NC AI도 16일 패자부활전에 도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연수 NC AI 대표가 1차 평가 발표 직후 프로젝트에 참여한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 내용에서도 이미 불참 가능성 조짐이 보였다.

업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범용 모델 시장의 과열 경쟁 대신 멀티모달 생성 기술과 버티컬 AI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NC AI는 1차 평가 과정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 수급 불균형과 인프라 제약 등 개발 환경의 어려움을 겪었다. 이 대표는 악조건 속에서도 모델 개발에 주력한 임직원을 격려했다.

◆KT도 '안갯속'…패자부활전, 스타트업·학계 간 대결로 가나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7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 모습. 2026.01.07. yesphoto@newsis.com

재공모 참가 유력 후보인 KT도 상황이 복잡하다. 최근 자체 AI 모델 '믿:음 K'가 글로벌 AI 성능 종합 평가 플랫폼인 'AAII'에서 국내 중소형 모델 중 1위를 기록하며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해킹 사고 등 보안 논란을 정면 돌파하고 기술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국가 프로젝트 참여라는 카드를 고민할 수 있다. 류 차관도 '독파모' 프로젝트 1차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믿:음 K' 성과를 언급하며 KT의 참여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KT는 최근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가 내정되는 등 경영진 교체 국면을 맞고 있다. 신임 대표 체제 안정화 여부가 우선인 만큼 프로젝트 참여와 같은 대규모 사업 결정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스타트업이 주관한 컨소시엄의 참가 가능성은 남아있다. 지난해 정예팀 공모 과정에서 루닛, 코난테크놀로지,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등이 참여한 바 있다. 이들 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자금과 인프라 확보가 절실한 만큼 추가 공모가 여전히 매력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추가 선발팀이 대기업급 자원·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4팀 체제가 형식적인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패자부활전이 경쟁 촉진보다는 정책적 명분을 유지하기 위한 보완 장치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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