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류현주 박주성 남주현 기자 = 한국은행이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묶었다. 1500원 선을 위협하는 고환율과 좀처럼 식지 않는 수도권 부동산 열기에 ‘금융안정’을 우선시한 선택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금리 인하라는 무리수를 두지 않는 배경이 됐다.
한은 금통위는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1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연 2.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2024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이어졌던 금리 인하 행보를 멈추고 5회 연속 동결을 이어가게 됐다.
금통위가 금리를 건드리지 못한 가장 큰 요인은 외환시장 불안이다. 한·미 금리 역전 장기화와 연간 2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 자금 유출 경계감이 겹치며 원·달러 환율은 호시탐탐 1500원을 정조준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원화가치의 약세 발언에도 146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달러에 대한 저가 매수를 비롯해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본 수출 기업들이 달러 환전을 늦추는 '레깅(legging)' 현상, 서학개미와 기관들을 중심으로 한 해와 증시 투자 열풍이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자칫 외인 자금 이탈 가속화와 원화 가치 급락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한은 내부에 깔려 있다.
고환율 장기화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점 골칫거리다. 지난해 12월 수입물가는 전월대비 0.7% 올라 6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2021년 이후 4년래 최장 기간 연속 오름세다. 수입물가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릴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3% 올라 넉달 째 2%대다.
부동산 리스크도 여전하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도 서울 아파트 시장은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짙어지며 매수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이달 5일 기준 49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금리 인하가 자산 가격 거품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다만 내수 부진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회복세는 한은의 부담을 다소 덜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반도체 수요 확대에 지난해 수출이 7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올해도 성장세가 점쳐진다. 수출이 거시 지표를 방어하면서 실물 경제의 ‘K자형’ 양극화에도 불구하고 당장 금리를 낮춰야할 시급성은 낮아진 셈이다.
향후 통화정책 경로를 둘러싸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내수 부진을 고려해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고환율이 고착화될 경우 연내 인하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오히려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환율 상황에서 한미 금리 역전차 확대에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기는 쉽지 않다"며 "내수가 워낙 심각하다는 점에서 미국의 금리를 어느 정도 낮춰준 후에만 하반기 다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결국 한은은 향후 발표될 실물 경기와 금융 안정 데이터를 확인하고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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