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정부 시위로 레자 팔레비 왕세자 조명
변화 바람 기대와 새로운 압제자 우려 동시에 받아
트럼프 중동 특사와 만남 갖기도
[서울=뉴시스]김상윤 수습 기자 = 이란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수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47년 전 축출된 이란 팔레비 왕조의 후계자 레자 팔레비 왕세자가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에 망명 중인 레자 팔레비가 현 정권에 맞설 대안으로 자신을 오랫동안 부각해왔지만, 정작 이란 국민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극명하게 나뉜다고 평가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아버지인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의 억압적 통치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팔라비 왕조의 전제 정치는 대체로 세속적이고 친미 성향이었다. 그러나 왕정 치하에서 이란 보안국은 반체제 인사들을 일상적으로 체포하고 고문했다. 결국 1979년 이란 대중은 팔레비 일가를 축출하고 이슬람 공화국 시대를 열었고, 팔레비 일가는 미국으로 망명 간 바 있다.
실제 이란 시위 현장에서도 이슬람 혁명 이전 사용했던 팔레비 왕조 국기가 휘날리기도 했으나 한 켠에서는 "왕이든 최고지도자든 압제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의 모든 종류의 독재 통치를 거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NYT는 이란 정부의 인터넷 차단과 팔레비에 대한 엇갈린 평판 때문에 현지에서 얼마나 많은 이란 국민이 그의 귀환을 바라는지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영국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이란 전문가는 "팔레비는 망명 중임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을 하나로 모으지 못했다"며 "자신이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고집도 그 이유 가운데 일부분이다"고 말했다.
팔레비는 자신이 이란을 민주주의로 이끄는 과도기적 지도자 역할을 하길 희망한다는 말을 공개 석상에서 강조해 왔으나, 많은 이란인이 이에 공감할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역시 같은 약속을 했지만 결국 권력을 독점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또, 팔레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임도 얻어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호의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지 않다.
지난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현시점에서 대통령으로서 그를 만나는 것이 적절한지 확신할 수 없다"며 "모두가 거리로 나가 누가 (지도자로) 부상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팔레비에게 지도자로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분석가는 "이란 정부가 다른 잠재적 지도자들을 대다수 투옥시켰다"며 "팔레비가 이슬람 공화국 반대 진영 내에서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있다"고 해설했다.
그러면서 "지지층은 매우 넓다. 과거에 향수를 가진 기성세대, 구원자를 원하는 젊은 세대, 현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면 기꺼이 지지하는 불만 세력까지 다양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13일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팔레비가 지난 주말 비밀 회동을 가졌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지난해 말 이란 시위가 시작된 이후 트럼프 행정부와 이란 반정부 세력과의 첫 고위급 접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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