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꼰대 맹자' 왜 성인이라 불러왔을까…'맹자 유감'

기사등록 2026/01/14 15:41:35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백성을 아끼는 마음과 군주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함. 사람의 본성이 선하다는 신념을 가진 성인(聖人)으로 조선 선비들에게 사랑받은 맹자. 오늘날의 시각에서도 맹자를 성인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신간 '맹자 유감'(메디치)는 한문학자 김재욱이 '맹자' 의 주요 구절을 다시 읽으며, 맹자를 무조건 본받아야할 이상적 성인으로 떠받드는 관습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책이다.

저자는 오늘날 한국 사회를 괴롭히는 노동 천시와 직업 차별, 나이만 앞세우는 권위주의, 실패를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돌리는 '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의 뿌리에 낡은 유학적 사고가 깊게 드리워져 있다고 지적한다.

맹자를 성인의 반열에 고정시킨 채 비판없이 받아들여온 태도자체가 이러한 문제를 재생산해왔다는 것이다.

책은 맹자의 '왕도정치'를 현실과 괴리된 이상론으로 규정한다. 특히 군주가 현실적인 해법을 묻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이상만을 되풀이하며 대화를 조율하지 못했던 태도가, 그가 정치적으로 실패한 진짜 이유였다고 분석한다.

"후대의 유학자들은 '혜왕은 인을 모르고 의를 무시하며 이익만 추구하는 소인배였기 때문에 맹자 같은 현명한 사람을 등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아전인수(我田引水)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다. 내가 보기에 맹자가 등용되지 못한 이유는 상대가 현실적인 문제로 답을 구할 때 자신의 이상만 내세웠고, 동문서답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양혜왕은 맹자를 '등용하지 못한' 게 아니라 '등용하지 않은' 것이다." (1장 '상대가 듣고 싶은 답에는 관심이 없다: 현실을 외면한 이상론' 중)

"사람에게는 흔들리지 않는 소신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뭐든 지나치면 탈이 난다고 소신만 너무 고집하면 바라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더구나 누군가의 도움 없이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일이라면 당연히 상대와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물론 도와줄 사람이 내 소신을 모두 받아들인다면 마음껏 일해도 된다. 이런 면에서 맹자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군주 중 누구도 맹자의 소신을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4장 '백성보다 자존심이 먼저다: 소신을 위한 원칙 고수' 중)

이 책은 맹자를 무조건적인 성인으로 신격화하던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 한문학자의 시선으로 그의 인간적 결함과 비현실적 면모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특히 저자는 주희 등 후대 유학자들이 맹자의 모든 언행을 불변의 진리로 포장하며 구축한 견고한 '유교 도그마'를 21세기 비판적 시각으로 해체한다.

저자는 성인의 후광을 제대로 걷어내고 맹자의 민낯을 마주해야 비로소 그의 사상을 현대적으로 비판하고 수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맹자의 사상 중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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