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서방의 배신자” 비난했던 주미 호주 대사 중도 하차

기사등록 2026/01/14 12:05:14

러드 대사, 예정보다 1년 가량 이른 3월 말 퇴임

“개인적인 관계가 외교에서 미국 외교정책의 핵심 운영 조건으로 바뀐 것”

“미-호주 관계 효율성 인물에 더 크게 좌우”…후임 선정 시험대로

[서울=뉴시스] 호주 총리를 지낸 케빈 러드 주미 호주 대사. (출처=러드 대사 개인 홈페이지) 2026.01.14.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주미 대사로 임명되기 전부터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케빈 러드 호주 전 총리가 결국은 예정된 기간을 1년 가량 앞두고 중도 하차할 전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4일 러드 주미 호주 대사가 예정보다 빨리 대사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러드 대사는 3월 31일 대사직을 마치고 싱크탱크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글로벌 회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그는 2023년 3월 부임하기 전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대통령’ ‘서방의 배신자’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선 시기 “그를 좋아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러드 대사는 지난해 11월 트럼프의 당선 이후 SNS 등에 올렸던 트럼프 비난 글을 모두 내렸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13일 “러드 대사의 사임은 전적으로 자신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러드 대사의 중도 하차는 개인적인 관계가 외교에서 미국 외교 정책의 핵심 운영 조건으로 바뀐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퀸시 연구소의 데니스 사이먼 선임 연구원은 “양측 관계가 공개적인 개인적 적대감으로 변질돼 호주가 러드를 완전한 권한을 가진 대화 상대자로 내세우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심층적인 정보 및 국방 협력에 기반한 동맹국의 경우 주재국 지도자와 각을 세워 소외되는 대사를 두는 위험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분석했다.

사이먼 연구원은 “개인적인 영향력이 부족한 대사는 동맹의 공식적인 강도와 관계없이 소외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호주연구소 국제안보 프로그램 책임자 엠마 쇼티스는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들이 모두 트럼프 행정부의 혼란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최선일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미국학센터 연구 책임자인 재러드 몬드샤인은 러드 대사는  3자 안보 동맹(AUKUS)에 대한 지지 확보, 줄리안 어산지의 호주 귀국, 그리고 중국의 광물 산업 지배력을 억제하기 위한 미국-호주 핵심 광물 협력 체계 구축 등 재임중 굵직한 업적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이 워싱턴에서 효과적으로 일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호주 퀸즐랜드 출신의 상원의원이자 국내에서 트럼프와 자주 비교되는 폴린 핸슨은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월 러드에게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직접 말했을 때부터 러드가 대사 직책을 수행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해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호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러드 후임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는 노동당의 스티븐 콘로이라고 SCMP는 전했다. 그는 거침없는 언변으로 유명한 콘로이는 과거 트럼프를 “멍청하다”고 비난한 바 있다.

또 다른 인물은 트럼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스콧 모리슨 전 총리다.

퀸시 연구소의 사이먼은 “트럼프 시대에 미국과 호주 관계의 효율성은 인물에 더 크게 좌우될 것”이며 “호주가 러드의 후임자를 어떻게 선택할지는 이러한 현실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초기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어에 능통한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중국 전문가 중 한 명’으로 불리는 러드 대사는 2022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념에 관한 박사 학위 논문을 썼다.

그는 2021년부터 2023년에도 아시아 소사이어티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바 있다.

러드는 2007년부터 2010년, 그리고 2013년 약 3개월 가량 총리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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