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나라현서 다카이치와 90분 회담 후 공동언론발표
李 "한중일 3국 공통점 찾아 소통하며 협력해야"
중일 갈등 거리두면서도 '한중일 소통 강화' 강조
中 희토류 수출 통제 관련 공급망 이슈도 논의
李 "경제안보 포괄 협력" 다카이치 "전략적 공조 인식 공유"
조세이 탄광 유해 수습도 협력…과거사 일부 진전
[오사카=뉴시스] 김지은 기자 = 1박2일 간 이어진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일본 방문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취임 후 양자 방문을 조기에 실현한 것으로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가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방일은 중일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후 약 일주일 만에 이뤄져 더욱 주목받았다. 이 대통령은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며 실리 중심의 실용외교 틀을 다졌다. 중일 갈등의 원인인 대만 문제에 대한 논의는 최소화했고, 과거사 문제에선 일부 성과도 도출했다.
이 대통령은 13일 일본 나라현에서 열린 다카이치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일, 한미일 협력과 함께 한중일 3국 협력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을 마친 뒤 내놓은 공동언론 발표문에서 "양국은 지역과 글로벌 현안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하고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일·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뜻을 함께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동북아 지역 한중일 3국이 최대한 공통점을 찾아 함께 소통하며 협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방일에 앞서 공개된 일본 공영방송 NHK와 인터뷰에서도 대만 문제를 둘러싼 중일 갈등에 대해 "시진핑 주석이 대만 문제에 관한 일본 측의 입장에 대해서 매우 안 좋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면서 "저로서는 그건 중국과 일본 간의 문제이지 우리가 깊이 관여하거나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각국은 다 국가 고유의 핵심적 이익 또는 국가 자체의 존립, 이게 매우 중요하다"면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이라고 하는 측면에서는 중국과 일본 간의 대립과 대결이 바람직하지는 않기 때문에 양국 간의 대화를 통해서 원만하게 잘 해소되기를 기다린다"고 했다.
중국과 일본 두 나라의 갈등에 거리를 두면서도 '한중일 소통 강화'를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열린 시진핑 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라"는 시 주석의 발언에 "대한민국에게 있어서 중국만큼 일본과의 관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한일 정상이 논의한 '지역·글로벌 현안'에는 대만 문제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와 관련한 공급망 이슈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자위대 개입 시사' 발언과 일본의 대중국 반도체 제조장치 수출 규제에 맞서 희토류 등 핵심 희귀광물에 대해 수출 허가·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특히 경제안보 분야에 대해 "전략적이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협력을 추진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 간 논의를 심화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그 가운데 공급망 협력에 대해 깊은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에 대한 두 정상 간 구체적 논의는 공개되지 않았는데 이 대통령은 "경제 분야에서는 양국이 교역 중심의 협력을 넘어 경제안보와 과학기술, 그리고 국제규범을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한 보다 포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만 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지난 5일 베이징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지 일주일여 만에 개최됐다. 당시 시 주석은 세계정세를 거론하며 "역사의 올바른 편에 굳건히 서서 정확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며 한미일 협력에 견제구를 던졌다. 이번 회담에서도 다카이치 총리가 맞불 차원에서 대(對)중국 견제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날 선 발언 없이 절제된 톤으로 정리됐다. 그는 한일 협력 및 관계 발전에 주안점을 두며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과거사 문제도 일단 첫발을 떼며 대화의 물꼬를 텄다. 양국은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 희생자 유해 수습을 위해 인도적 차원에서 협력하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구체적인 사항은 당국 간 실무 협의를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조세이 탄광은 일본 야마구치현에 있는 해저탄광으로 1942년 수몰 사고로 조선인 136명 등 모두 183명이 숨진 곳이다. 현 정부 출범 후 한일 정상회담에서 과거사 문제를 의제에 올려 결과물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이나 일본 위안부 문제처럼 양국 입장이 크게 엇갈리는 민감한 문제에 앞서 갈등요소가 적은 것부터 협의를 시작해 협력 공간을 넓히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이번 회담을 계기로 과거사 문제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낼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고 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야마구치현 조세이 탄광에서 발견된 유해 관련 DNA 감정 협력을 위해 양국 간 조정이 진전되고 있다"고 했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4일 오사카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과거사 현안인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 유해 발굴 문제를 먼저 제기했다"며 "이는 유족들의 염원을 실현하는 첫 걸음이자 한일이 공유하는 인권 인도주의의 보편적 가치를 토대로 과거사 문제를 함께 풀어나갈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과거사 현안은 현안대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미래를 위한 협력 과제는 그것대로 협력하면서 한일 양국이 진정으로 더 가까워지고 협력의 질을 높여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 측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해제 문제는 공동 언론발표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한국이 가입하는 현안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도 없었다.
양국은 일본산 수산물 규제와 CPTPP 가입 문제도 논의했지만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결론 지었다. 위 실장은 "수산물 문제에 대해선 식품 안전에 대한 일본 측의 설명이 있었고, 우리는 (일본의 입장을) 청취했다"며 "CPTPP는 우리가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CPTPP 논의에 대해 "우리의 기본적인 접근 방향을 얘기했고 일본 측에서도 대응했다. 긍정적인 톤으로 논의가 됐다"며 "실무적인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 정도로 그 이슈에 대한 대화는 마무리됐다"고 부연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일본 정상과의 5번째 정상회담이다.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의 만남은 지난해 11월 남아공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포함해 이번이 세 번째로, 회담은 지난해 10월 경주 정상회담에 이어 두 번째다. 양 정상은 상대국을 수시로 오가는 셔틀외교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위 실장은 이번 회담에 대해 "한일 정상 셔틀외교가 완전히 정착됐다"며 "이번 회담은 국제 질서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 국빈 방문에 이은 방일 셔틀외교는 이웃 국가와의 관계를 성숙하게 발전시키고 우리의 국익과 민생을 지키기 위한 여정이었다"며 "한일 양국은 서로가 역내 평화 안정에 있어 서로가 중요 파트너임을 재확인했다. 이번 방일에서 정상 간 진솔한 대화가 각급에서 보다 다양한 소통으로 이어져 한일 협력이 더 확대되고 공고화 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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